[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드디어 LA 다저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는 걸까.
다저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각) 마이애미 말린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마이애미에 외야수 에스테우리 루이스를 내주고,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투수 아드리아노 마레로를 받았다.
단편적으로 보면 눈여겨볼 트레이드는 아니다. 루이스는 애슬레틱스 시절인 2023년 67도루를 달성,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을 차지했으나 이후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 30경기 이상 뛴 시즌은 2023년이 유일하다. 올해는 다저스에서 19경기밖에 뛰지 않았고, 잉여 전력으로 분류돼 트레이드가 됐다. 게다가 마이너리그 투수 유망주를 받아왔으니 즉시 전력을 얻을 의도도 아니다.
미국 언론은 이번 트레이드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FA 최대어 카일 터커를 영입하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것. 루이스를 트레이드해 40인 로스터에 터커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스웨이'는 '다저스는 그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 올겨울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했다. 물론, 에드윈 디아즈를 영입하는 큰 계약도 있었으나 이전 비시즌에 다저스는 엄청난 큰손이었다. 그래서 12월을 거의 버리다시피 한 최근의 움직임이 이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마이너한 트레이드가 정적을 깨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팬들은 다저스의 모든 움직임이 블록버스터급이길 바라겠으나 그런 큰 계약을 위해서 로스터에 자리를 비우는 이런저런 사소한 준비와 대비가 이뤄질 수 있다. 루이스와 마레로 트레이드가 바로 그러한 예시'라고 덧붙였다.
왜 터커를 영입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보는 것일까.
다저스웨이는 '언뜻 보면 다저스의 관점에서 이번 움직임은 다소 이상하다. 뎁스가 깊지 않은 포지션(외야수)을 희생하고, 도미니카 서머리그에서 4점대 평규자책점을 기록한 어린 투수 유망주이자 경쟁이 치열한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선수를 받아왔기 때문.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루이스를 정리하는 것은 뭔가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터커를 영입할 가능성과 관련해 이야기가 많이 들리진 않지만, 다저스는 수준 있는 외야수를 영입하고 싶어하고 터커는 적임자다. 다저스는 소비에 겁이 없고, 터커가 시장에 오래 머물수록 다저스가 또 하나의 슈퍼스타를 추가할 기회가 커진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터커는 2015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입단해 2018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21년 30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면서 주전으로 도약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올스타로 선정됐고, 지난해 12월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됐다.
터커의 메이저리그 통산 8시즌 성적은 769경기, 타율 0.273(2741타수 748안타), 147홈런, 490타점, OPS 0.865다. 2할 후반대 타율에 시즌 30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갖췄다. 지난해 부상으로 78경기밖에 뛰지 못한 게 유일한 흠이다.
미국 언론은 터커가 5억 달러(약 7182억원) 수준의 계약을 원하고, 가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합의 소식이 빨리 들리진 않고 있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공격력을 갖춘 외야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터커가 영입 1순위로 계속 거론된 이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으나 도장을 받아내진 못하고 있다.
다저스는 스토브리그의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타일러 글래스노우, 블레이크 스넬,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최정상급 선수들을 독식하며 팀간 불균형 우려를 사고 있다. 올겨울 터커까지 영입한다면 다저스의 3년 연속 우승 도전을 막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