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우려가 있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고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정용 신임 전북 현대 감독의 첫 일성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전북은 2025년 '더블(K리그, 코리아컵 우승)'을 완성했다. 올라갈 곳이 없다. 현상 유지면 더할 나위 없다.
거스 포옛 감독이 떠난 전북에 '정정용 시대'가 열렸다. 정 감독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또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북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내가 전북에 온 것은 하고 싶은 축구의 시스템 등을 최대한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정 감독은 프로 선수 경험이 없다. 하지만 지도자 길에 접어든 뒤 '바닥부터' 실력을 갈고닦아 전국구 스타가 됐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사상 첫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23년 김천 상무의 지휘봉을 잡은 뒤 K리그2 우승, 2024~2025년 2연속 K리그1 3위를 기록했다.
정 감독은 "K리그 최고의 구단에서 지도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꼭 선수로 성공해야 좋은 지도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좋은 선수를 한 뒤 지도자를 하면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선수로 부족한 부분을 지도자로 성장할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엔 정 감독과 호흡을 맞춘 선수가 즐비하다. 그는 "기존에 연령별, 김천 등에서 함께한 선수들이 많다. (이)승우도 있다. 기대가 된다"며 "우승 DNA는 있다고 생각한다. 지키는 게 힘들다.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하는 부분은 가지고 가야 한다. 전술적인 부분 몇 가지만 따라와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의 시선은 복잡하다. 전북은 K리그 '리딩클럽'이다. '윈-나우'를 외친다. 무게감이 다르다. 정 감독은 서울 이랜드(2부) 사령탑 시절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당시 외국인 선수 활용법에 물음표를 남겼다. 그는 "가르치는 것은 자신 있는데, 그 외적인 부분은 내가 부족함이 있다. 전 팀에 있을 때 느꼈다. 전북은 분업화가 돼 있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나는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만드는 것만 하면 된다"며 "(전북의) 외국인 선수들은 검증돼 있다. 식사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전지훈련 때부터 그렇게 접근할 것"이라고 웃었다.
정 감독과 선수단은 7일 상견례를 한 뒤 11일 동계전지훈련지인 스페인으로 향한다. 그는 "근처에 밥을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알아보는 분이 많았다.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며 "전북 취임 소식이 전해진 뒤 '왜 전북으로 가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전 감독님이 워낙 잘하셨다. 나도 지난해 전북전 뒤에 '이렇게 잘하면 차기 사령탑은 너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왔다(웃음). 내가 먼저 움직이고 내가 리더로서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선수들이 따라올 수 있다"고 했다.
출발선에 선 '정정용호'. 그는 "(팀에서) 박물관도 만들었는데, 우승컵 하나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떠날 타이밍도 오겠지만 박수받으면서 멋있게 떠났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소망하는 것"이라며 재차 미소지었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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