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간담회서 악단 운영안 발표…"서울, 빈처럼 '음악의 수도' 될 것"
'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아 아바도 조카…"음악적 상속자로서 자부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오페라의 복합성을 교향악에서 구현하고, 교향악의 엄격성을 오페라에 접목해야 합니다"
지난 1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새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탈리아 거장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72)는 오페라와 교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는 오케스트라 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바도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음악가는 오페라와 교향악 두 장르를 모두 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음악 명문가 출신인 아바도는 독일 뮌헨 방송교향악단, 스페인 소피아 여왕 예술궁전, 베르디 페스티벌 등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오페라와 교향악을 두루 섭렵한 지휘자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오페라와 교향악은 서로 다르고 또 달라야 하지만, 다른 두 세상은 서로 대화해야 한다"며 "국립심포니가 두 분야에서 조화를 이루고, 그 양면성을 보존하고 키워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바도는 이러한 음악 철학을 바탕으로 국립심포니를 다양한 음악적 기준을 충족하는 완성형 오케스트라로 키워가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그는 "음악에는 리듬과 박자 등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모두 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음악적 기준들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기가 만료되는 2028년 12월까지 국립심포니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운영안도 밝혔다.
아바도는 "3년의 임기 동안 세 가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립심포니를 이끌어 갈 계획"이라며 "첫 번째 가이드라인은 낭만주의 작곡가 멘델스존과 슈만이고, 두 번째는 괴테와 음악, 세 번째는 셰익스피어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아바도는 이 세 가지 주제를 3년간 나눠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갈 계획이다. 그는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3년으로 나눠서 해마다 조금씩 실행해가려고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국립심포니 프로그램에 부여하면서도, 단원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유연성도 가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조카이기도 한 아바도는 이탈리아 음악 명문가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국립심포니 음악에 녹여 넣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삼촌뿐만 아니라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이탈리아에서 음악가로 활동하는 등 음악적 전통을 상속받은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클래식) 음악이 탄생하고 발전하기 시작한 곳인 이탈리아 음악에 대해서 큰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음악의 정체성을 통해 서울을 오스트리아 빈과 같은 '음악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서울에서 1년 내내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며 "서울은 이미 빈과 같은 음악의 수도로 발전해 가고 있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 음악에 대한 아바도의 자긍심은 오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취임 연주회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레스피기의 '환상적인 장난감 가게', 베르디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중 '사계',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 등 이탈리아 음악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바도는 "취임을 기념하는 연주회이자 새해를 맞이하는 연주회여서 가볍지 않으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음악들로 구성하고 싶었다"며 "그렇게 음악을 고르다 보니 로시니와 레스피기, 베르디의 음악이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음악의 전통성에 기반을 둔 음악가지만, 아바도는 한국에서의 3년 동안 현대 음악에도 소홀하지 않을 계획이다. 특히 국립심포니 신임 상주 작곡가로 위촉된 그레이스 앤 리 등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바도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과거의 음악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음악도 지휘하겠다는 취지로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같은 음악가가 되지 않겠다'고 말한 적 있다"며 "동시대 음악에 대한 관심도 저희 가문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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