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현대 야구는 강함과 빠름에 집중한다. 타자는 멀리 치고 싶어 하고, 투수는 빠르게 던지려 한다.
수치가 증명한다. 한 경기에서 한 팀이 쳐낸 평균 홈런은 1994년 처음으로 1개를 넘어섰고, 1999년 1.14개로 많아지더니 2019년에는 1.39개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조금씩 떨어지다 지난해 1.16개로 최근 5년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투수의 구속을 보자. 전체 선발투수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2021년 이후 93.3→93.5→93.8→93.9→94.1마일로 증가 추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마침내 94마일을 돌파한 것이다. 구원투수들의 포심 평균 구속도 94마일대에서 증가세를 이어가다 작년 95.0마일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역행하면서도 에이스급 자질을 과시한 투구가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선발투수 랭킹 톱을 다투던 좌완 레인저 수아레즈다.
201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수아레즈의 포심 직구 평균 구속은 첫 풀타임 시즌인 2021년 93.7마일에서 작년 91.3마일로 2.5마일이나 느려졌다. 하지만 그는 매년 성장세를 나타냈다.
최근 3년간 평균자책점을 4.18→3.46→3.20으로 낮췄다. 지난해 26경기에 선발등판해 157⅓이닝 동안 12승8패, 151탈삼진, WHIP 1.22, 피안타율 0.256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준 것도 아니지만, 효율적인 경기운영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이어갔다.
그가 대박을 터뜨렸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1억30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보스턴은 이번 오프시즌 제1의 과제였던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과의 재계약에 실패하자 방향을 틀어 에이스급 선발투수를 물색한 끝에 수아레즈를 품에 안았다. 브레그먼은 최근 시카고 컵스와 5년 1억7500만달러에 계약했다.
수아레즈는 보스턴이 이번 FA 시장에서 거둬들인 첫 수확이라고 보면 된다. 보스턴은 그동안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베테랑 선발 소니 그레이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데려왔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우완 요한 오비에도를 영입했다. 여기에 수아레즈와 계약함으로써 선발진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로써 보스턴의 올해 로테이션은 에이스 개럿 크로셰를 비롯해 수아레즈, 그레이, 브라이언 베요, 오비에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뒤를 받치는 선발자원도 풍부하다. 커터 크로포드, 패트릭 산도발, 카일 해리슨이 그들이다. 유망주로 분류되는 코넬리 얼리와 페이튼 톨리도 기대를 모은다. 이들 중 한 두명이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브레그먼이 떠난 내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수아레즈는 메이저리그 8년 통산 187경기에서 762이닝을 던져 53승37패, 평균자책점 3.38, 705탈삼진을 기록했다. 그의 가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증명됐다. 2022년부터 매년 가을야구 마운드를 밟은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11경기(선발 8경기)에서 42.2⅔이닝을 투구해 4승1패, 평균자책점 1.48의 빛나는 투구를 펼쳤다. 지난해에는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5안타 1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한 시즌 30경기 선발등판 및 규정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지난해 투구이닝과 2022년 29경기 선발등판이 각각 커리어하이였다. 매년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시즌을 앞두고 허리 통증이 도져 한달여간 재활을 거쳐 5월 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를 던질 수 있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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