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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원도심 산지천 주변 현대식 건물 틈에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 형태를 가진 옛 제주 가옥 한 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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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옥은 1949년 제주도민 건축가 고용준이 지은 근대건축물로 '고씨주택'이라 이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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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제주에서는 부모와 출가한 자녀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안거리와 밖거리에 각각 따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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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씨주택 기와지붕 재료와 창호의 형태, 가공한 목재를 사용한 기둥 등에서는 일본식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고씨주택은 2014년 원도심 일부를 재정비하는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철거 위기를 겪었다.
당시 고씨주택을 매입한 제주도는 노후화한 이 주택을 허물 예정이었다.
하지만 철거 직전 지역주민이 주택 보존을 요구했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에서도 "근대화 과정 주거 초기 형식으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보존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제주도문화재위원회도 일본식 건축기법이 혼용된 '과도기적 건축물'로서 고씨주택이 보존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내 고씨주택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게 됐다.
최대한 원형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2017년 1월 복원된 고씨주택은 이듬해 4월부터 안거리는 제주사랑방으로, 밖거리는 제주책방으로 탈바꿈했다.
제주사랑방은 동호회 모임이나 취미 모임 등 다양한 모임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4개의 작은 방마다 책상과 좌식 의자가 마련돼 있다.
제주책방은 일반 도서와 제주도에서 발간되는 행정 간행물 중 제주의 문화와 역사·자연을 주제로 수집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나 원화 전시, 도서 큐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도민과 관광객에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2023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의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찾은 고씨주택에서 만난 제주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진행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고씨주택을 알게 됐다"며 "무료라 자주 찾아 제주책방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보고, 사랑방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고씨 주택을 찾는 관광객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책방과 사랑방의 이용객은 매월 400명 내외로, 이 중 절반은 관광객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철거 직전 주민의 힘으로 살아난 만큼 도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무료로 개방 중"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개선 등으로 방문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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