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자신을 소위 장사꾼에 비유했다. 정치권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짧지만, 많은 의미가 있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관광공사의 수장 자리는 소위 정치권과 연결결 된 보은·알박기에 가까웠다. 내부 승진이나 전문 경영인의 발탁 사례는 없었다.
박 사장은 마케팅 전문 기업인 제일기획에 근무하며, 오랜 기간 해외 시장 사업 전략 수립을 주로 담당했던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등장부터 달랐다.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선 기존 사장들과 달리 한국관광공사의 사업 계획을 프리젠테이션 형태로 직접 소개했다. 한국 관광의 현주소와 한국관광공사의 현안, 관광대국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도 명확히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3000만 방한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목표를 2년 앞당겨 자신의 3년 임기내 정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박 사장. '한국을 팝니다.' 그가 내세운 한국관광공사의 정체성은 한국을 전 세계에 '팔고, 알리는' 대체 불가능한 공공기관이다.
10대 중점 추진 사업 키워드 셋 '유입, 체감, 도약'
박 사장은 지난 2일 경영 비전과 '2030년, 3000만 방한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한국관광공사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취임한 지 한 달 하고 3일만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분명한 건 2년여 가까이 한국관광공사 수장이 공석이었던 만큼 선 굵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약간 부담감도 있고, 흥분도 된다.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 했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부담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구상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운영 전략에 대해 공유하고 궁금증을 다소 해결하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 박 사장의 취임 소감에는 이런 고민의 시간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가 제시한 경영비전과 '2030년, 3000만 방한 관광객 유치' 방안은 간결했지만, 명확했다. 한국을 마케팅하는 실행기관으로, 세계인에게 한국을 팔고, 알리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쉼 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박 사장은 "정부는 2030년까지 3000만 방한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다"며 "지난해 달성 목표는 1894만명으로 아쉽게 2000만명을 넘기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에 2000만명 관광 목표 설정 한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고, 2030년까지 3000만을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고 전했다. 2030년 3000만 방한 관광객 달성을 위해선 지난해 기준(1894만) 기준 매년 16% 이상 증가해야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2028년 3000만 방한 관광객 유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함께 원화 약세, 주변 국가의 불안정한 정세 등은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는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한국관광공사가 '유입, 체감, 도약'을 중심으로 방한 관광객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각 키워드는 글로벌, 로컬, AX (인공지능 전환)을 의미한다.
'글로벌'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관광 영토 확장이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았던 주요 국가에서 방한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핵심시장인 중화권·일본은 지역·소도시 등 'n차 재방문 수요' 확대에 집중하고, 동남아·중동 등 성장시장은 K-컬처 연계 상품을 통해 방한 수요를 적극 흡수한다. 구미주 시장은 K-컬처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해 신규 수요 창출에 나선다. 특히 한국관광공사가 세계적 호텔 체인과 대형 항공사 본사,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기업(OTA) 등과 직접 제휴를 추진한다. 그동안 해외 지사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마케팅을 본사 차원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지역 관광 활성화·안내 체계 AI 기반 단일 플랫폼 전환
로컬은 전국 곳곳에 고도화된 관광 콘텐츠 및 체류형 관광 콘텐츠 개발 육성 형태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주제별 명소 발굴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며, 지역으로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지역 관광교통체계 개선을 지원하는 동시에 외래객 전용 관광·교통 통합패스도 신규 도입·운영한다. 지역 관광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기업과 협력하는 실증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현장에서 검증된 개선 성과는 관광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관광객의 체감 만족도를 높여 재방문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AX(인공지능 트렌스포메이션)는 AI·데이터로 관광산업 혁신 가속화를 추진, 관광사업의 도약을 위해 추진된다. 올해 신설된 관광AI혁신본부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관광 안내체계를 'AI 기반 단일 안내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다수의 B2C 채널을 '비짓코리아' 중심으로 일원화한다. 다국어 통합 안내 챗봇인 'AI 여행비서' 개발을 통해 여행객들의 이용 편의를 높인다. 빅데이터 플랫폼인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AI 내재화·고도화를 통해 방한객 3천만 명 시대로 가는 데이터 기반을 강화한다. 데이터랩 전용 sLLM(소형 거대언어모델)을 구축해 AI 기반 데이터 분석·해설 기능을 고도화하고, 공공·민간의 관광데이터를 결합해 활용도 높은 고부가가치 데이터로 재생산하는 관광데이터 허브를 구축한다.
한국관광공사는 2030년 3000만 방한관광객 달성이란 양적 목표와 동시에 의료, 웰니스, 마이스 등 고부가 가치 시장 확대를 통한 관광산업 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병행한다.
박 사장은 "2026년은 관광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데이터에 근거한 실행과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를 만들어가는 전환의 해가 될 것"이라며 "부처의 정책과 긴밀히 호흡하며 방한객 3000만명 시대를 앞당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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