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잠시 이적의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혔다. 끝내 한화 이글스 맨으로 남은 손아섭(38). 6일 일본 고치 퓨처스리그 캠프로 출국한다.
한화는 5일 FA 손아섭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1년 연봉 1억원. 숫자가 남긴 여운이 있다. 남 주기는 아깝고, 내가 품기는 부담스러운 딱 그 만큼의 조건이다.
돈을 많이 받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긴 시간, 여러 억측에도 희망을 품고 묵묵히 기다릴 수 있었던 건 뛸 수 있는 기회애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생물이다. 시시각각 바뀐다.
손아섭이 처한 3번째 FA시장도 변화무쌍했다. 예기치 못한 페라자의 귀환, 더 예기치 못한 강백호의 한화행.
손아섭의 입지가 줄었다. 구단도, 선수도 마음을 비워야 할 상황이 됐다.
7억5000만원의 보상금이 발목을 잡았다. 전력구상을 마친 팀들이 속속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취재진 문의에 "영입 계획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 구단들도 있다.
그렇게 모든 문이 닫히는 듯 했다.
하지만 한화가 '할인 사트(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언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입 부담이 줄자 관심 구단이 등장했다. 이적이 성사됐다면 주전에 도전할 수 있었다. '1번 우익수'가 손아섭이 꿈꿀 수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끝내 딜은 무산됐다.
손아섭에게 한화 이글스는 프로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란 꿈의 무대를 밟아보게 해준 팀. 가슴이 뜨거워지는 한화 팬들의 응원도 경험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 시점에서는 열려 있는 자리가 없다. 변함 없는 실력만 보여준다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다른 구단의 기회가 있었기에 선수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제행무상이다. 머물러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변한다. FA 시장 상황이 그랬듯, 앞으로 펼쳐질 손아섭의 야구인생 제3막도 변할 것이다.
어찌보면 조금 더 빡빡한 상황이 펼쳐진 것 뿐이다. '악바리' 손아섭에게 야구란 도전 아닌 적이 없었다.
부산고 시절 최고의 선수였지만 키가 작다는 이유로 4라운드까지 밀린 수모. 무명의 외야수 손광민에서 출발해 2618안타의 리그 최고 안타왕에 오른 현재, 또 한번 야구는 손아섭에게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번 손아섭이 답할 차례다.
계약을 마친 손아섭은 흔한 계약 사진도, 공항 인터뷰도 남기지 않은 채 개인장비를 챙겨 출국한다. 프로 입단 스무번째 시즌이 북극한파로 뚝 떨어진 수은주 만큼 차갑게 시작됐다. 다시 악만 남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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