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이글스와 계약한 손아섭(38)이 일본 고치 2군 캠프에 합류했다.
원 소속팀 한화는 5일 손아섭과의 FA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1년 연봉 1억원. 남 주기 아깝고, 품기는 부담스러운 뉘앙스의 조건.
선수로선 아쉽다. 돈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다만, 뛸 자리를 애타게 찾았다. 스토브리그 강백호 페라자 영입은 '손아섭 자리가 없다'는 간접적 메시지였기 때문.
기회를 찾느라 캠프 출발 이후까지 계약이 늦어졌다. FA 전체 선수 중 마지막 계약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기다렸다.
7억5000만원의 보상금에 발이 묶이자 한화가 '할인 사트(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언급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영입 부담이 줄자 관심 구단이 드디어 등장했다. 이적이 성사됐다면 주전에 도전할 수 있었던 팀. '1번 우익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양측 구단 사정 속에 끝내 딜은 무산됐다.
손아섭으로선 무척 아쉬운 순간이었다.
계약 사진도, 공항 인터뷰도 생략한 채 개인장비를 챙겨 계약 다음날 서둘러 출국했다.
한화 구단은 미디어에 "손아섭 선수가 현재 팀이 훈련중인 가운데 본인에게 이슈가 몰려 팀 분위기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공항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했다. 팀 분위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훈련에 매진한 뒤 시즌 개막에 앞서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팀 내 야수 최고참으로서 선수단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먼저 고려한 셈. 한편으로는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하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퓨처스리그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과의 훈련에 합류한 손아섭.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한화 내에서 입지가 우호적인 편은 아니지만 야구는 생물이다. 언제든 시시각각 변한다. 주전은 연봉 순이 아니다. 게다가 '독기 품은' 손아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불과 지난 시즌 초까지 리딩히터 경쟁을 했던 선수. 마음고생을 하는 동안 몸 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비를 들여 필리핀 개인 훈련까지 다녀왔다.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캠프지로 향한 최다 안타 기록(2618안타) 보유자.
따지고 보면 평탄하게 야구했던 적도 없다. '무명의 손광민'에서 '불멸의 손아섭'으로 오늘을 쌓기까지 숱한 굴곡을 겪었다. 개명 후 대성공으로 한 때 손아섭이 이름을 바꾼 부산 작명소에 다른 선수들의 줄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독 춥고, 길게 느껴졌던 얼어 붙은 시간. 또 한번 높은 산을 향한 깊은 골을 경험한 것 뿐이다. 바닥을 다진 손아섭의 오기가 꿈틀대고 있다. 2026 시즌이 더 주목되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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