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메달걸고 혼자 쇼할 줄 알았는데, 모든게 꿈같아."
금의환향한 '고딩 보더' 유승은(성복고)의 미소였다. 유승은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유승은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유승은은 10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171.00점을 얻으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빅에어는 30m 넘는 슬로프에서 활강해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 점프와 회전, 착지, 비거리 등을 겨루는 종목이다. 유승은은 1, 2차 시기 합계 1위에 올랐지만, 3차 시기에서 비록 아쉽게 착지에 실패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승은은 대한민국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역사상 최초, 한국 설상 종목 첫 여자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유승은은 내친김에 슬로프스타일에서 멀티 메달에 도전했지만, 결선에서 최하위에 머무르며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예선 3위로 결선행에 성공하는 등 유승은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제대로 세상에 알렸다. 1년 동안 그토록 사랑하는 스노보드를 그만 둘까 고민할 정도로, 큰 네 번의 부상을 이겨내고 얻은 결과기에 더욱 값졌다.
엄청난 성과를 얻고 돌아온 유승은을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아무도 안계실줄 알았다. 메달 걸고 혼자 쇼 하는거 아닌가 했는데 많이 계셔서 놀랐다"며 "태극기를 달고 스노보드를 탈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영광이었다. 메달까지 따서 더 영광스럽다"고 미소지었다.
밀라노에서부터 한식을 외쳤던 유승은은 "오늘 메뉴는 무조건 한식"이라며 "일단 방송국에 가야한다. 이후에 맡겨둔 강아지를 찾으러 갈거다. 오늘 제일 중요한 계획이다"고 했다.
그에게 첫 올림픽은 특별했다. 유승은은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 배웠고,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배우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성과가 다음 올림픽을 준비할때 자신감 측면에서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꿈에 있는 것 같고, 여전히 다 꿈같다"고 웃었다.
유승은은 "이번 올림픽이 좋은 날이 되었다"고 했다. '다음 좋은 날은 무엇일까'라고 묻자 현답이 돌아왔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은 날을 위해서 노력하는 그 자체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날을 위해 발판 삼아 노력하게 되는 게 저에게는 다 좋은 날이다."
유승은은 이번 메달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없어졌다'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래서 내가 딴 메달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내가 메달을 따게 돼서 내 경기를 보고 감동이나,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미라도 느끼셨으면 그게 내 메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유승은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지만 고등학생이다. 그는 올림픽에 수학책을 가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승은은 "공부를 잘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가져갔다. 앞으로도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은 입국 후 "국내에도 스노보드 훈련장 시절이 확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은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훈련 시설이 없다. 만약에 시설이 있다면 어린 친구들도 연습해서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시설이 생기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응원이 당연한게 아니라 생각한다. 응원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유승은은 자신에게 한 마디를 보냈다. "수고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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