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일본에는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다. 한국에는 그게 없어서 항상 일본에 가서 훈련한다. 한국에서 오래 훈련하고 싶어서 그런 것들이 생겼으면 한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대한민국 설상 역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최가온(18·세화여고)의 아쉬움이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도 좋은 시설이 있다면 어린 친구들도 연습해서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시설이 빨리 생기면 좋겠다."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대한민국 설상 첫 메달'을 획득한 유승은(18·성복고)의 소망이었다.
변방이었던 한국 설상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새로운 문을 열었다. 금, 은, 동메달을 한꺼번에 따냈다. 종목도 다양하다. 최가온이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상겸이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유승은이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배추보이' 이상호가 평행대회전에서 딴 은메달이 한국 설상의 올림픽 유일한 메달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었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프리스타일 종목의 비약적인 도약이다. 최가온과 유승은이 메달을 거머쥔 가운데,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의 이채운(20·경희대),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이승훈(21·한체대) 등도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프리스타일 계열에서 무려 11개의 메달을 획득한 일본과 9개의 중국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새로운 강호로 도약하는 분위기다. 프리스타일 계열의 경우, 피겨스케이팅이나 체조와 비슷해 체격이 작고, 유연한 아시아 선수에게 딱 맞는만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훈련 인프라 확충이다. 사계절이 뚜렷해 겨울이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해외 전지훈련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훈련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에어매트 설치다. 에어매트는 골격 구조물과 인조 슬로프, 부상 방지를 위한 착지 매트로 구성된 시설이다. 에어매트가 있으면 눈이 없어도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점프와 회전 등을 연습할 수 있다.
일본이 프리스타일에서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사이타마 등 10곳 이상에 에어매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빅에어 금메달을 따낸 기무라 기라는 "우리는 겨울만이 아니라 여름에도 에어매트에서 연습한다. 에어매트 덕에 비시즌 동안 준비를 아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중국도 2010년대부터 에어매트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훈련 인프라가 없다보니 한국 선수들은 여름에도 해외 훈련장을 전전하고 있다. 최가온은 일본에서, 유승은은 중국에서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개방이 제한적인데다, 새로운 기술이 노출되는 등 불이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차례 문체부 등에 요청을 했지만, 비용과 부지 등의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리비뇨의 기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이상 선수들의 노력과 기업의 후원에만 기댈 일이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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