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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10년 기다려준 고아성에 울컥"…'파반느' 이종필 감독의 멸종위기사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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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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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멸종 위기에 빠진 사랑에 큰 파동을 일으킨다. 사랑 그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 이종필(46) 감독이 농도 짙은 감성으로 그 시절 감성을 깨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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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멜로 영화 '파반느'(더램프 제작)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반느'의 연출 과정부터 캐스팅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2009년 출간된 박민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파반느'는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을 비춰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각기 다른 사연과 상처를 가진 세 청춘의 삶과 사랑, 그리고 서로 간의 관계와 내면의 변화를 통해 담담하지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멜로 영화로 안방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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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반느'는 청춘 멜로 감성을 극대화한 이종필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입소문을 얻고 있다. 이종필 감독은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4년 '탈주' 등을 통해 오늘과는 다른 내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바, 이번 '파반느'에서는 청춘의 현실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멜로 영화로 연출 세계관을 확장했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원작 소설과 달리 미정(고아성), 요한(변요한), 경록(문상민) 세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이종필 감독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린 것은 물론 아름다운 미장센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들로 멜로 감성을 극대화했다.

사진=넷플릭스
이날 이종필 감독은 "'파반느'는 2015년쯤부터 기획했던 작품이다. 정말 오래 준비한 영화다. 단지 오래 준비해서 애정이 더 가는 작품은 아니다. 기존의 작품도 내게 다 의미가 있지만, 이 영화는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인 것 같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잘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 영화다. 사실 이런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고 특히 멜로 영화는 10대 때부터 내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이 더 짙다"며 "10대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1996년 개봉한 '비포 선라이즈'(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나 '첨밀밀'(진가신 감독)을 봤을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영화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다 감정이 생기고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끝나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게 멜로 영화라는 것이었다. 나는 10대 시절 사랑이나 연애를 해 본 적도 없었는데 두 영화를 보면서 '저 감정은 뭘까?'라는 사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래서 멜로 영화라는 장르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멜로 영화가 정말 없지 않나? 최근에서야 '만약에 우리'(김도영 감독)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김혜영 감독) 등과 같은 멜로 영화가 나왔지만 내가 '파반느'를 기획했을 때는 멜로 영화가 정말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멜로 영화를 10대, 20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을 들으며'파반느'가 궤를 함께하는 기분도 들었다. 현재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연출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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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파반느'는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지난 23일 집계 기준 3일 연속 한국 영화 부문 1위를 지켰고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카타르, 대만, 태국,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에서 10위권에 차트인 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영화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이 감독은 "감독으로서 심금을 울리는 반응이 있었다. 단순히 영화를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를 떠나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후기로 남겨준다는 게 정말 기뻤다. '누구야, 잘 지내니?' '우리 그런 시절이 있었지' '25년 전 우리를 보는 것 같았다'라는 반응이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한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를 안고 보듬었다'라는 후기를 남겨줬는데 그 말에 왠지 울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팬층이 상당한 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다는 이 감독은 "가장 큰 고민은 원작에 등장하는 '못생긴 여자'라는 설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는 시각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이 설정을 구현하기 위해서 정말 긴 시간을 고민했다. 얼마나, 또 어떻게 못 생겼는지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특수 분장 없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내가 느낀 지점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였다. 자괴감이 들더라. 한 사람의 얼굴을 두고 기준을 세우고 서열 매기듯이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에 놀랐다. 그런데 또 그런 자괴감이 원작에서 느꼈던 감정의 본질과 어울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느낀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다시 원작 소설을 읽어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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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소설에는 못생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세상의 방식에 반하는 사람이라는 맥락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선명해진 것은 얼굴이 아니라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 같은 것이 보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스스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엄청 예쁘고 잘생겨서 사랑할 자신이 넘쳐'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 영화도 '못생긴'이 아닌 '못난 마음'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런데 또 이 못난 마음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싶더라. 많은 고민이 있었고 힌트를 얻은 것이 철학자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름다움은 SNS에서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깨끗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만을 추구하는데, 그러면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좋아요'에 반하는 부정성, 불편함, 결핍의 감각을 품고 있고 소비하거나 한 번 보고 흘려보내는 대상이 아닌 우리를 멈춰 세우고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공감하면서 나는 '못생긴 여자'가 아닌 어두워 보이고 매끈하지 않은, 우울한 인상이지만 왠지 눈길이 가고 궁금해지는 사람이 떠올랐다. 원작에서 비유한 '불 꺼진 전구' 같은 사람이다. 사랑하기 전 인간은 불이 꺼진 전구와 같고, 사랑을 시작하면 빛을 내는 전구 같은 게 이 소설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통해 빛을 얻고 그 빛의 힘으로 살아간다'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파반느'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반느'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이종필 감독의 감성적인 미장센뿐만 아니라 원작 이상의 싱크로율을 보인 배우들의 열연도 큰 몫을 해냈다. 무엇보다 이종필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뮤즈 고아성에 대한 호평이 자자한 상황. 앞서 고아성은 이종필 감독과 2020년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이어 '파반느'로 두 번째 호흡을 맞추며 의기투합했다. 이 감독은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고아성을 만나게 됐다. 처음에 이 작품을 캐스팅 하려고 만난 것은 아니다. 내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2013년 개봉작 '전국노래자랑'에서 함께한 류현경과 친한데 류현경과 '파반느'에 대해 고민을 나누던 중 '파반느'를 절친한 고아성에게 보여줬다고 하더라. 고아성이 바로 '파반느'에 출연하고 싶다고 해서 일단 만났는데 처음엔 미정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도 '당신은 미정을 연기하기엔 너무 아름다워'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아성이 '나는 이 사람의 눈을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 말을 듣자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 물론 '그 순간 이 사람이다'라는 거창함은 아니다. 다만 고아성의 말 자체에 감흥이 있었다. 고아성은 정말 진실하게 미정의 감정에 이입했다. 막연하게 이 영화를 한다면 고아성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한 다짐이 거의 10년이 됐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다 '파반느'가 먼저였다. 고아성이 '파반느'를 위해 10년을 기다려줬다"고 답했다.

그는 "고아성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이야기를 다 하고서는 할 이야기가 없으면 같이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가서 관찰했고 함께 '파반느'에 나올 법한 호프집을 탐방하기도 했다. 한 번은 어떤 영화제에서 아는 감독을 만났는데 그 감독이 고아성에게 멜로 영화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고아성이 '파반느'가 제작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며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하더라. '파반느'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며 다른 작품 제안을 거절한 고아성에게 감동했다. 또 우여곡절 끝에 '파반느' 촬영을 고아성과 마치면서 내게 엽서에 편지를 써줬는데 그 내용도 너무 울컥했다. '월간 미정'이라는 종이와 편지였는데 그 내용이 '2017년쯤 감독과 첫 미팅을 마치고 우연히 근처 책방에 갔다가 발견한 엽서와 1000원짜리 그림 종이다. '파반느'를 너무 하고 싶어서 이 그림 종이를 부적처럼 가지고 다녔고 이제 이 부적을 감독에게 주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고아성은 이런 배우다. 고아성은 이미 믿고 보는 배우지 않나? 그걸 넘어 우리가 좀 더 사랑해줘야 하는 배우인 것 같다"고 애정을 담뿍 담았다.

사진=이종필 감독 제공(고아성이 이종필 감독에게 선물한 부적)
'파반느'를 통해 재발견된 문상민에 대한 감상도 특별했다. 이종필 감독은 "문상민은 내가 캐스팅할 당시 이제 막 떠오르는 청춘 스타였다. 사실 이 영화는 투자받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투자 심사를 받기 어려운 영화였다. 확실한 로그라인이 보이지 않는 영화라서 그렇다. 고맙게도 고아성이란 배우가 출연을 약속한 상태였지만 미정과 로맨스를 펼칠 경록 역은 좀처럼 캐스팅이 되지 않더라. 2024년 개봉작 '탈주'를 같이 했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투자에 붙으면서 경록 역할의 캐스팅 리스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때 나온 이야기가 문상민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 많은 청춘 라이징 스타들에 이 역할을 제안했지만 문상민만 유일하게 '파반느'를 하고 싶다고 답이 왔다. 문상민은 '파반느'의 말투가 자신 같아서 하고 싶다고 했다. 미팅 자리에서 허진호 감독의 2001년 개봉작 '봄날은 간다'를 봤냐고 물어봤는데 못 봤다고 하더라. 당연했다. 본인이 태어나고 이듬해 나온 영화으니까. 이후에 다시 미팅을 했을 때 문상민은 '봄날은 간다'를 봤다며 키가 큰 유지태 선배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였다는 감상을 남겼다. 키가 190cm인 문짝남 문상민만이 할 수 있는 감상이었고 그 시선이 너무 좋았다"며 "문상민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연기할 배우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싶은 배우다"고 곱씹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에 대해서도 "변요한은 '파반느'를 너무 잘아는 사람 같았다. 처음부터 변요한은 이야기, 캐릭터를 너무 잘할 수 있는 배우였다. 처음부터 요한 역은 변요한이었다. 촬영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 마치 즉흥 재즈 연주를 하는 가수 같았다. 계산 없이 연기하는 변요한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록의 스피릿을 가진 배우가 재즈 연주자처럼 연기했다"고 칭찬했다.

사진=넷플릭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파반느'는 편집이 끝나자마자 넷플릭스의 제안을 받아 OTT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에 넷플릭스는 영화 라인업에 대한 다양화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그런 차원에서 '파반느' 공개를 제안했던 것 같다. 다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에 물어보는데, 나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흥행이라는 수치를 떠나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극장 개봉해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것보다 그저 이 영화를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파반느'는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이 출연했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의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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