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구단에서도 몇 번을 만류했는데…."
KIA 타이거즈는 4일 황당한 소식과 마주했다. 지난해 9월 구단의 만류에도 은퇴를 선언한 투수 유망주 홍원빈이 멕시코리그 구단인 도스 라레도스와 계약했다는 것.
규정상 문제는 없다. KBO와 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미국, 일본, 대만 등이다. 멕시코는 KBO와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라 홍원빈이 계약할 때 KIA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KIA는 홍원빈의 은퇴를 받아들일 때 임의해지 선수로 등록해 뒀다. KBO 규정상 임의해지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에 복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복귀 승인이 나면 원소속팀 KIA와 계약만 가능하다.
홍원빈은 KIA가 2019년 2차 1라운드로 지명한 특급 유망주였다. 키 1m95, 몸무게 101㎏ 좋은 신체 조건에 시속 150㎞ 중후반대 강속구를 던질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파이어볼러 유망주들의 고질병인 제구 문제를 홍원빈도 안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약 7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1군 2경기에 등판한 게 전부였다. 1라운드 유망주에게는 가혹했던 시간. 그만큼 홍원빈의 제구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먼저 지친 홍원빈이 KIA에 "해외에서 스포츠 관련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유를 밝히며 유니폼을 벗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홍원빈이 은퇴를 선언한 지난해 9월 "구단을 통해 (은퇴한다고) 이야기한 것 같더라. 스포츠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몇 번 만류를 한 것 같은데,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오랫동안 야구했던 것을 포기하고 다른 도전을 또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용기다. 야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스포츠학과 교수나 이런 쪽으로도 갈 수 있다. 본인이 잘 공부해서 좋은 스포츠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야구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나면서 오히려 선수 생활에 미련이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쯤 홍원빈이 선수 복귀를 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홍원빈의 피지컬과 구속을 지켜보고 아깝다고 생각한 미국 관계자의 관심이 있었다는 것. 실제로 홍원빈이 지난 1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투구하는 장면이 포착돼 그저 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홍원빈은 1월인데도 최고 구속 97.4마일(약 157㎞)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슬라이더와 싱커, 커브 등을 섞었다. 구속은 은퇴하고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왔다는 증거였다. 다만 제구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규정상 메이저리그 또는 마이너리그 계약 체결은 어려웠다. KIA가 허락할 이유도 없지만, 추후 해외 진출을 원하는 KBO 소속 다른 유망주들이 악용할 사례로 남을 수 있다. KBO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문제로 번질 위험이 컸다.
홍원빈은 결국 KBO의 영향을 받지 않는 멕시코리그를 선택했다.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선수 생활의 미련을 해소할 방법을 나름대로 찾은 것.
이럴 거면 왜 KIA의 만류에도 은퇴를 선언했는지 납득이 되진 않는다. 은퇴는 정말 신중히 결정할 문제기 때문.
홍원빈이 멕시칸리그를 경험하고 다시 주요 리그에서 뛸 마음을 먹는다면, 오는 9월 KBO에 복귀 신청서를 제출하고 KIA랑만 계약해야 한다. 선수도 구단도 아까운 1년을 버리게 된 셈. 멕시코리그에서 제구를 잡는 실마리를 찾는다면, 그나마 터닝 포인트가 될 수는 있을 듯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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