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벽은 생각보다 더 높았다.
대만이 일본에 7회 콜드패 수모를 당했다. 대만은 6일 일본 도쿄돔에서 가진 일본과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C조 2차전에서 0대13, 7회 콜드패로 졌다. 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았던 선발 쩡하오쥔이 2회초 1사 만루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게 그랜드슬램을 얻어 맞았고, 이후 계투진이 나섰음에도 일본 타선에 무려 10실점했다. 3회초 3실점이 더해진 가운데 대만은 7회말까지 단 1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면서 결국 7회 콜드패로 고개를 숙였다.
하루 전 호주에 0대3 영봉패를 당했던 대만은 일본전까지 패하면서 2연패로 결선 라운드행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남은 두 경기에서 체코, 한국을 모두 이기더라도 상대팀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앞둔 대만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2024 프리미어12 우승으로 수확한 자신감이 컸다. 당시 우승 사령탑 쩡하오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캡틴 천제셴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계 미국인 스튜어트 페어차일드까지 가세하는 등 '역대 최강'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미국 현지에서도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을 무득점으로 막아냈던 대만의 투수진을 거론하면서 1라운드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설 것이란 예상을 조심스렇게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좌완 투수만 3명을 올린 호주에 단 3안타 빈공에 허덕이며 무득점에 그쳤고, 일본전에서는 마운드가 초토화되면서 콜드패를 피하지 못했다.
쩡하오쭈 감독은 일본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을 감쌌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을 탓하지 말아달라.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런 패배는 너무 뼈아프다. 선수들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경기 초반부터 타격이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선수들은 경기 내내 좋은 타구를 만들어 출루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안타를 만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1회 위기를 잘 넘겼음에도 2회 10실점으로 무너진 건 결국 오타니의 만루포였다. 쩡하오쭈 감독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선수다. 위압감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다. 한 장면으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라면서도 "우리 투수들은 도망치거나 숨지 않고 정면승부를 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과 대만의 경기. 일본이 대만에 13대0, 7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패배의 아쉬움을 삼키는 대만 선수들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6/
"어떤 지도자도 국제대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패배는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 쩡하오쭈 감독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부디 선수들을 탓하지 말아달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만은 7일 체코와 C조 3차전을 치르고, 8일 한국과 C조 최종전을 갖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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