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역사적인 한국전 승리, 그러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여정은 그대로 끝났다.
'도쿄의 기적'을 쓴 류지현호의 결과에 대만이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9이닝을 모두 채워 5점차 이상, 3점차 이하로 호주를 잡지 못하면 실점률에 밀려 탈락할 뻔했던 한국은 7대2로 승리하면서 기적적으로 마이애미행 방정식을 맞췄다. 한국과 호주, 대만 모두 2승2패가 됐지만 실점률이 가장 낮은 마이애미행 티켓을 쥐고 호주와 대만이 탈락했다.
8일 한국을 잡은 대만은 호주가 일본에 패하자 내심 '기적'을 바라보는 눈치였다. 2승1패인 호주의 전적 상 누가 봐도 한국이 불리한 승부였기 때문. 비록 승리를 가져간다고 해도 실점률을 달성하기 위한 복잡한 조건까지 맞추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만 현지 매체들도 이런 경우의 수를 따지면서 결선 라운드행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대만야구협회(CPBA) 구충량 회장은 한국전 승리 후 대만 선수단을 데리고 도쿄 우에노의 유명 야키니쿠 전문점에서 승리를 축하했다. 한국전에서 투혼을 발휘한 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하고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대만 EBC에 따르면 구충량 회장은 "이번 승리는 팀 전체와 대만 야구를 응원하는 팬의 것"이라며 "한국전에서 펼친 명승부가 대만 야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세계가 다시 한 번 대만 야구의 저력과 회복력을 확인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결선행에 대한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한국이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자, 대만 현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10일 현재 대만 야후스포츠가 전한 한국-호주전 상보에는 10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고 있다. AI 댓글 분석에 따르면 '복잡한 감정'이라는 반응이 37%로 가장 많고, '어안이 벙벙해졌다'는 반응이 20%로 뒤를 따르고 있다. '슬프다'는 반응도 17%로 집계되고 있다. 대만 현지 팬들은 2연패 뒤 2연승으로 1라운드를 마감한 대만 선수단이 WBC 사상 첫 한국전 승리를 거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상대팀 결과에 따라 결선행 진출이 갈리는 상황 자체가 애초에 무리였다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아쉽게 결선행에 실패한 대표팀을 위로했다. 그는 "노력한 자들 모두 전사"라며 "대만을 위해 싸운 모든 선수, 코치들에게 감사하다. 대만 팬들도 선수들의 노력과 끈기를 자랑스럽게 여겨달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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