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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이미 확정" 미국 감독, 실언 공식사과 → '초비상' 걸린 미국…스쿠발만 문제가 아니네

by 김영록 기자
마크 데로사 미국 대표팀 감독.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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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미 8강 진출은 확정됐지만, 이탈리아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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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탈리아에 질줄은 몰랐겠지만, 대표팀 사령탑이 대회 규정도 모르는게 말이 되나.

그 말이 안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임하는 미국 대표팀의 마크 데로사 감독이 그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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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1일(한국시각) WBC 조별리그 B조 이탈리아전에서 6대8로 패했다. 이탈리아는 2회초 카일 틸, 샘 안토나치가 잇따라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주도했고, 경기 한때 8-0까지 앞섰다. 미국은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이 혼자 4타점을 올리는 등 6~9회 6득점하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경기를 뒤집는데는 실패했다.

대이변도 이변이지만, 이날 미국 벤치의 느슨한 경기운영은 더욱 큰 논란이 됐다. 선발 놀란 맥린은 잇따라 홈런을 맞았음에도 3이닝을 채웠고, 두번째 투수 라이언 야브로 역시 3이닝을 끌고 가려다 추가 실점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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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미국이 앞서 브라질-영국-멕시코를 상대로 3연승을 달리면서, 마크 데로사 감독이 이미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탈리아전 실점이 무려 8점이 되면서 'WBC 종주국'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대굴욕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전 승리에 환호하는 이탈리아 선수들. AFP연합뉴스
미국전 승리에 환호하는 이탈리아 선수들. AFP연합뉴스

데로사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MLB네트워크에 출연, '이미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탈리아전에선 선수들의 피로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 그래도 이번 경기 역시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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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 하품을 하는 등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반에야 더그아웃 분위기가 바뀐 이유도 설명된다. 그제서야 '탈락 가능성'에 대해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수진 운용이 세밀해졌고, 타자들의 전투력도 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탈리아전은 졌고, 더이상 미국에게 남은 경기는 없다. 살떨리는 마음으로 12일 열리는 이탈리아(3승)-멕시코(2승1패) 전을 지켜볼 수밖에.

올해 WBC는 실점을 아웃카운트로 나눠 계산하는 '최소 실점률' 규정이 적용된다. '세계최강'이라 당연히 4전 전승을 계획했기 때문일까. 당장 최대 호적수 일본이 포함된 C조 경기에서 한국이 극적인 8강 진출을 달성했는데, 데로사 감독은 조별리그 내내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 여러모로 믿기 힘든 현실이다.

만약 이탈리아가 승리할 경우 미국은 조2위로 8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가 승리하면 3팀이 3승1패로 맞물린다. 영국-브라질전을 제외하고, 3팀간 실점률을 따져봐야한다.

애런 저지. AFP연합뉴스

다시말해 이날 미국은 3승1패 경쟁상대였던 이탈리아 상대로 최소 실점을 노린 타이트한 경기를 펼쳐야했다. 감독의 방심으로 세계최강을 자부하던 미국이 삽시간에 탈락 위기에 몰리게 됐다.

미국은 멕시코-이탈리아전 모두 말공격을 했다. 이에 따라 18이닝(54아웃)을 모두 소화하며, 멕시코에 3실점, 이탈리아에 8실점을 했다.

반면 미국 상대로 이탈리아는 9이닝 6실점, 멕시코는 8이닝 5실점을 했다. 그리고 멕시코는 12일 경기에서 말공격을 한다. 만약 멕시코가 9회초에서 경기를 마무리지을 경우, 이탈리아와 멕시코 모두 2경기 17이닝(51아웃)을 소화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규이닝 기준으로, 멕시코 승리시, 멕시코가 4득점 이하로 승리하면 미국은 1라운드에서 조3위로 탈락한다. 5득점 이상 승리시 멕시코와 미국이 진출하고, 이탈리아가 탈락한다.

미국은 지난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때문에 이번 대회 우승을 공언하며 '지구방위대'급 멤버를 구성해 임했다. 양대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즈), MVP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끝까지 경쟁한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까지 리그 대표 타자들이 줄지어 출전했다. 이미 은퇴했던 클레이튼 커쇼(전 LA 다저스)도 합류했다.

타릭 스쿠발. 연합뉴스

하지만 에이스 후보인 스쿠발이 '약체' 영국전 등판을 고집하는 한편, 이후 출전을 거절하면서 투수 운영이 꼬였다. 스쿠발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자 "준결승에는 등판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등 태도를 180도 바꿨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이날 경기 후 데로사 감독은 '8강 진출 확정' 발언을 추궁하는 취재진에게 "내가 잘못 말했다. 계산을 완전히 잘못했다(I misspoke, Completely misread the calculations)."고 인정했다. 정신차려야할 사람은 스쿠발만이 아니었다. 미국 현지에선 "8강 진출 여부와 별개로 지금 당장 해고하라", "더하기 빼기도 못하냐"라는 팬들의 분노와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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