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베네수엘라가 잘하고 있어서 정말 기쁘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베네수엘라는 2026년 WBC 돌풍의 주역이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루이스 아라에스 등 굵직한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해 전력이 강하기도 한데,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8강전에서 일본을 8대5로 꺾어 주목을 받았다. 2023년 우승팀 일본에 대회 역대 최초로 4강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을 안긴 순간이었다.
에르난데스는 17일 이탈리아와 8강전에 나선 조국 베네수엘라 대표팀을 마음으로 응원했다. 경기가 열린 시간에 한화는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를 준비하는 훈련이 한창이었다. 에르난데스 역시 경기 중계를 시청하지는 못한 채 훈련을 이어 갔다.
베네수엘라 8강전 선발투수 케이더 몬테로는 에르난데스의 친구다. 두 선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소속으로 지난해까지 함께했다.
에르난데스는 친구를 마음으로 응원했지만, 몬테로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2회에 급격히 제구가 흔들린 탓이었다. 1⅓이닝 2안타 3볼넷 1삼진 2실점에 그쳐 한때 베네수엘라를 탈락 위기로 몰아넣었다.
2번째 투수로 나선 리카르도 산체스가 몬테로와 베네수엘라를 구했다. 산체스는 2023년과 2024년 시즌 중반까지 한화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 산체스는 1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이탈리아의 흐름을 끊었고, 덕분에 베네수엘라는 4대2 역전승을 거둬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에르난데스가 취재진과 만났을 때는 베네수엘라가 이탈리아에 1-2로 끌려가고 있었다.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가 잘하고 있어서 정말 기쁘다. 오늘(17일) 경기가 있는데, 선발투수(몬테로)랑 같은 팀인 디트로이트에서 뛰었고, 내 친구라서 잘했으면 했는데 경기를 못 봤다"고 입을 열었다.
베네수엘라 대표팀에 발탁되진 못했지만, 한화에서 커리어 반등을 꿈꾸며 한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신 베네수엘라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 우승을 응원하는 중이다.
에르난데스는 "팬으로서 경기를 보고 있다. 아는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그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길 때나 질 때나 같은 감정을 느낀다"며 끝까지 대표팀이 좋은 흐름을 이어 가길 기대했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과 결승전을 치른다. 정치적 문제로 껄끄러운 두 나라의 맞대결이라 더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미국으로 압송했다. 당시 베네수엘라에 머물고 있던 에르난데스는 한화 스프링캠프 합류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었다. 같은 국적인 한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의 상황도 같았다.
에르난데스와 페라자는 한화 구단에 "스프링캠프 일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고, 캠프 출발 일주일 전에 무사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해 파나마, 네덜란드를 경유해 한국으로 도착했다. 이틀에 걸친 비행, 22시간이 걸렸다.
에르난데스는 당시 "베네수엘라에서 파나마까지 1시간 반, 파나마에서 네덜란드까지 9시간, 다시 네덜란드에서 한국까지 11시간 반이 걸렸다. 여행이 너무 길어서 솔직히 힘들었다"고 했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해선 안 되지만,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자연히 미국을 꺾고 우승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조국을 향한 에르난데스의 응원은 대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마이애미까지 닿을 수 있을까.
대전=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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