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 100타석 보면 답 나오겠죠."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요즘 아시아쿼터 유격수 제리드 데일이 가장 신경 쓰인다. 올해 새로 도입된 아시아쿼터. 나머지 KBO 9개 구단이 선발 또는 필승조가 가능한 투수를 수혈할 때 KIA는 야수를 뽑는 이례적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KIA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산 베어스로 FA 이적한 주전 유격수 박찬호의 공백에 물음표가 컸다. 당장 1군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유격수가 팀에 아예 없었기 때문. 3루수인 김도영을 주전 유격수로 키우려면 한 시즌은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데일이 주전 유격수를 맡고, 그사이 박민 정현창 김규성 등 백업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시간을 벌어주는 게 팀에 최상이라고 판단했다.
데일의 순수한 기량도 좋았다. 2026년 WBC 호주 대표팀 주전 유격수를 맡을 정도로 수비는 정상급이다. 시범경기 기간 데일을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는 "수비는 정말 안정적"이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타격. 세계 수준급 투수들을 만나는 WBC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데일은 WBC 조별리그 4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15타수 4안타)를 기록, 팀 내 3위에 올랐다. 다만 OPS가 0.780으로 낮긴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스프링캠프 동안 데일의 타격에 딱히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선수가 스스로 준비를 잘해서 왔고, KBO리그에 잘 적응만 한다면 외국인 유격수 성공 사례를 쓸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WBC를 마치고 돌아온 데일의 방망이가 무거워도 너무 무거워졌다. 시범경기 9경기에서 타율 1할1푼5리(26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 감독은 데일이 한 타석이라도 더 나서면서 감각을 찾으라고 1번타자로 계속 기용했는데, 오히려 내리막을 걸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자꾸 데일 옆에서 '신경 쓰지 말고 쳐라' 이런 말을 해주더라. 선수들이 응원해 주고 같이 하고 있는데, 표정에 (조급함이) 약간 드러나더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그래서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는 데일을 9번타자로 내보냈다.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했다. 사령탑의 바람과 달리 결과는 3타수 무안타 1삼진. 데일뿐만 아니라 팀 안타가 3개에 그칠 정도로 타자들이 두산 투수들을 전반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KIA는 그래도 데일이 KBO에 잘 적응한다는 가정 아래 타율 2할6푼~2할7푼 정도는 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선수가 빨리 타석에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게 관건이다.
이 감독은 "한번 지켜보겠다. 100타석까지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충분히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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