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6시즌, K리그 팀들은 '무 캐기'에 한창이다. 지난 주말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5라운드 6경기에서 절반인 3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
울산 HD-김천 상무, 포항 스틸러스-부천FC전은 득점없이 승점 1점씩 나눠 가졌고, 강원FC-제주 SK전은 강원 아부달라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1대1로 비겼다. 이같은 추세는 5라운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개막 후 3월 A매치 휴식기 전까지 총 28경기에서 딱 절반인 14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
'올해 유독 비기는 경기가 많다'라는 느낌은 느낌이 아니다. 무승부 비율 50%는 K리그 원년인 1983시즌 60%에 이어 43년 만에 가장 높다. 1983시즌엔 단 5개팀이 참가하는 단출한 대회였단 점을 감안할 때, 올 시즌 기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5라운드 무승부 횟수는 2006년(16회·45.7%)과 2009년(15회·42.9%)이 더 많았지만, 비율은 올 시즌이 더 높다. 지난 5년간 무승부 비율은 30% 전후였다.
같은 스코어도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90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유잼 무승부'가 되기도 하고, 하품만 나오는 '노잼 무승부'가 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K리그 분위기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올 시즌 14번의 무승부는 '1대1' 혹은 '0대0'이었다. 치고받는 난타전을 벌이다 비긴 적이 없다. 서로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골을 안 내주려는데 초점을 맞추는 1골차 싸움을 벌이다 1골씩 주고받거나 서로 골을 넣지 못한 채 경기가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부터 '비기는 작전'을 쓰는 팀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골을 넣고 싶어도 넣지 못하는 각 팀의 사정이 '저득점 무승부'를 양산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12개팀 체제로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1~5라운드 총 득점을 분석한 결과, 올 시즌이 59골로 가장 적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2.1골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순연된 2경기에서 총 4~5골이 터졌다고 가정해도 63~64골이다. 2022시즌과 2024시즌 각 82골과는 차이가 크다. 2025시즌에도 초반 5경기 총 득점은 65골에 그쳤다. 득점 가뭄 현상이 2년째 지속될 조짐이다. 이는 공격 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순위 산정시 득실차보다 다득점을 우선하는 K리그의 의도와도 정면 배치된다.
김현석 울산 감독은 최근 "K리그1에는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라고 말했다. 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다는 건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만드는 요인이 되는 동시에 더 지루한 리그를 만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수년전부터 K리그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 그 추세가 뚜렷하다. 2025시즌 선수단 연봉으로 총 400억원을 쓴 전북 현대(약 201억원)와 대전하나시티즌(약 199억원)의 초반 4경기 연속 무승 동반 부진과 서로간 5라운드 충돌에서의 '지루한 졸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K리그의 한 관계자는 "올 시즌엔 특히 비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기는 여지없이 비긴다. 선제골을 넣은 팀은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다 동점골을 허용해 비기고, 수적 우위를 안은 팀은 밀집수비 파훼법을 몰라 '강제 무승부'를 당한다. 누가 누가 많이 비기냐의 싸움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축구팬은 최고 수준의 경기력,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비싼 돈, 귀한 시간을 들여 경기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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