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경기 하남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펫프렌들리(반려동물 친화)' 공간으로 운영 중인 이곳은 평일 낮임에도 '개모차'(반려견 유모차)를 끌고 쇼핑을 즐기는 시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 전용 야외 공간 '펫파크'에는 소형견부터 중형견까지 다양한 반려견이 뛰놀았다.
같은 날 찾은 스타필드 수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반려견과 함께 카페를 이용하던 A씨는 "예전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면 눈치를 봤는데 이제는 곳곳에 유모차 대여나 배변봉투함 같은 시설이 갖춰져 훨씬 편해졌다"며 "반려견과 함께 갈 공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천500만명에 이르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펫 휴머니제이션(반려동물 가족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 개념은 물론 소비와 산업 구조 전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이웃집 세 집 중 한 집 '막내'는 반려동물
현재 국내에서 3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현황을 보면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기르는 가구 비율은 29.2%로 집계됐다.
기존 4가구 중 1가구에서 3가구 중 1가구로 늘어났다.
양육 동물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물별로는 개(80.5%)가 가장 많고, 고양이(14.4%) 외에도 토끼·햄스터·파충류·조류 등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특수동물 전문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데이터 컨설팅업체 피앰아이가 지난달 17∼19일 전국 성인 2천7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반려견을 '책임감이 따르는 보살핌의 대상'으로 본다는 응답이 23.3%로 가장 높았고,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22.6%), '동반자'(16.8%) 등의 순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반려동물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멍스타그램' 게시물은 4천만건, '#반려견'과 '#반려묘'도 각각 3천만건과 800만건을 넘어섰다.
◇ '반려인 잡아라'…유통·식품업계 경쟁 확대
반려동물 가구가 늘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연평균 9.5% 성장해 오는 2032년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유통업계도 사업 확대에 나섰다. 동원F&B와 하림, 대상, 풀무원 등 식품 기업은 사료와 간식을 넘어 기능성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을 뜻하는 '휴먼그레이드' 원료를 적용한 프리미엄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시중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있으면 반려동물 버전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마트의 반려동물 전문 매장 몰리스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반려견 버전인 '멍쫀쿠' 인기에 힘입어 반려동물 냉동 간식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생활용품 업계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이소는 최근 전국 주요 매장에 '펫스트리트' 코너를 확대했고 무인양품과 자주 등도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 동반문화 확산에 반려동물 시장 커진다…의료비·보험은 숙제
지난 1일부터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이 허용되면서 관련 문화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은 지난 3일 기준 1천400여곳에 이른다. 이는 제도 시행 초기인 지난달 6일(287곳)과 비교해 한 달 새 다섯 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행·숙박업계도 반려동물 동반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해 반려동물 동반 해외여행 패키지를 출시했고 소노펫클럽앤리조트와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호텔·리조트업계도 '멍캉스(반려동물 동반 호캉스)' 패키지를 강화하는 추세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지출도 늘어나고 있으나, 보호자 입장에서 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큰 과제로 꼽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지난해 기준 12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병원비가 3만7천원으로 30.6%를 차지한다.
여기에 슬개골 탈구 등 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 월 200만∼30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해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려인들 사이에선 펫보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삼성·메리츠화재와 KB·DB손해보험 등 13개 보험사의 펫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만1천822건으로 전년 대비 55.3% 증가했고, 보험료 규모도 1천287억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실제 의료비 대비 보장 수준이 낮아 펫보험 가입률은 아직 1∼2%대에 그친다.
◇ "동물복지·관리체계 부족…안전관리시스템·제도·전문인력 필요"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양육자가 함께 살면서 가족의 한 형태로 자리 잡으려면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제도와 관리 체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아지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웅종 동신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반려동물 행동전문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공원이나 쇼핑센터 등 공공장소에서 반려동물 활동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상 공간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려동물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산업 외연은 넓어졌지만, 동물복지와 관리 체계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며 "법과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이를 뒷받침할 안전관리 시스템과 전문 인력 양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훈련·미용사 중심이던 직업군이 다양해지고 관련 학과가 개설된 전문고등학교와 대학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산업 기반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규제를 현장에서 관리·감독할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보호자 교육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확대해 문화·산업·정책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반려동물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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