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한 달간 유럽의 자동차용 경유 가격이 32% 오를 동안 한국은 8%가량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30년 만에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고강도 개입이 가격을 누르고 있지만, 사태 여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매주 판매 가격이 발표되는 유럽 20개국의 3월 넷째 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1L당 3천538.7원으로, 한국 평균 1천815.8원의 2배에 육박했다.
3월 첫째 주 2천685.99원과 비교하면 852.71원, 31.75% 상승한 결과다.
같은 기간 한국 경유 가격은 1천680.4원에서 135.4원, 8.0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4배가량 상승세가 가팔랐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가 4천278.1원으로 가장 높았고, 덴마크와 핀란드가 각각 4천118.3원, 4천9.4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저렴한 슬로바키아가 2천718.9원, 헝가리가 2천888.1원으로, 이들 국가도 한국보다 900~1천원가량 비쌌다.
고급 휘발유 가격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3월 넷째 주 유럽 19개국 고급 휘발유 평균 가격은 1L당 3천225.67원으로, 한국 평균 2천112원의 1.5배가 넘었다.
3월 첫째 주 2천754.81원과 비교하면 470.86원, 17.09%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 고급 휘발유 가격은 1천972.7원에서 139.3원, 7.0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2.5배에 가까웠다.
한국의 가격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석유 최고가격제를 비롯한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3일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제도 시행 1주일 만인 3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전주 대비 72.3원 낮은 1천829.3원으로 내리는 등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도 지난달 19일부터 정유사에 휘발유 1L당 30.2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가격 억제 정책을 펼친 결과 3월 넷째 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이 1천558.7원, 고급 휘발유 가격이 1천769.10원으로 한국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체코가 오는 8일부터 주유소 마진을 제한하기로 하고, 폴란드도 석유류 세율을 낮추기로 하는 등 유럽 국가들도 가격 억제책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적 효과와 별개로 가격 억제책만으로는 이번 사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도 원유 수급과 공장 운영 정상화에 최소 3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위적 가격 억제 정책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1차보다 가격을 올린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전국 유가가 일제히 급반등했고, 이날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2천원을 넘기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한적 활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시장 물량이 축소되는 등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 지원,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최고가격제 시행과 정유사의 내수 공급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가격 상승 폭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내수 소비를 아끼고 공급선을 추가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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