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 침팬지 무리가 수십 년에 걸쳐 두 집단으로 완전히 분열된 뒤, 과거 같은 집단이었던 개체들끼리 서로 공격해 죽이는 내전 양상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에런 샌델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 응고고(Ngogo)의 침팬지 무리를 30년간 관찰, 이들이 두 집단으로 분열한 후 서로 지속해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이것을 내전(civil war)으로 부르는 데는 신중해야 하지만 침팬지 무리의 양극화와 집단적 폭력은 인간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전쟁, 특히 내전이 민족이나 종교 같은 집단 정체성의 문화적 요인에 의해 주로 촉발된다는 가설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고고 침팬지 공동체는 140마리 이상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침팬지 무리로 관찰 초기 20년 동안 강한 결속을 유지했으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침프 엠파이어'(Chimp Empire)에도 등장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응고고 침팬지들이 클러스터(cluster)로 불리는 유연한 하위 집단 사이를 오가며 공동체 전반에 걸쳐 사회적 유대를 유지했다며 이는 개체들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합류하는 침팬지의 전형적인 분열-융합(fission-fusion) 역동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응고고 침팬지 무리가 서부 집단과 중앙 집단으로 나뉘어 서로를 피하는 '양극화 징후가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수컷들의 서열 변화가 나타나면서 시작됐고,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수컷이 죽은 지 1년 뒤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고고 침팬지 공동체의 분열은 2018년에는 완전히 고착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후 서로 다른 영역을 차지한 서부 집단과 중앙 집단 사이에 공격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팀은 두 집단 간 단절은 공간적·번식적 분리로 이어졌고, 2018년에는 분열이 완전히 고착돼 두 집단 사이에 남아 있는 유대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2024년 사이에 서부 집단이 중앙 집단에 가한 공격 중 성체 수컷에 대한 공격이 7건, 새끼에 대한 공격이 17건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개체가 원인 없이 사라져 실제 피해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샌델 교수는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침팬지들이 과거 같은 집단에 속했던 개체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새로 형성된 집단 정체성이 수년간 이어져 온 협력 관계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장류 종에서 큰 집단이 작은 집단으로 나뉘어 자원 경쟁을 줄이는 현상은 흔히 있지만 침팬지 무리가 영구적으로 분열하는 사례는 드물며, 유전학적 증거에 따르면 이런 사건은 약 5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례적으로 커진 집단 규모, 먹이와 번식을 둘러싼 경쟁, 핵심 개체의 사망, 리더십 변화, 질병 등이 사회적 유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분열을 촉진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 사회의 전쟁이나 내전이 민족·종교 등 문화적 요인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는 기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샌델 교수는 "침팬지처럼 언어, 민족성, 이데올로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사회적 관계 변화만으로 양극화와 치명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 인간 사회의 갈등 발생에서도 문화적 요인은 보다 근본적인 요인에 비해 부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사실이라면, 개인의 일상에 사회적 갈등을 줄일 잠재력이 있을 수 있고 이는 희망적인 부분"이라며 "개인 간의 작고 일상적인 화해와 재결합 속에서 평화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Aaron Sandel et al., 'Lethal conflict following group fission in wild chimpanzees', http://dx.doi.org/10.1126/science.adz4944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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