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이다. 시작만 했다 하면 몇 분도 되지 않아 '마감, 마감, 마감.' 반값여행의 인기가 뜨겁다. 고물가시대에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흔히 가격을 후려치는 건 장사꾼 중에서 하수들이 쓰는 방법으로 치부된다. 제품 가치를 가격보다 높이는 게 진정한 고수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근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여기에서 잠깐. 반값여행은 지역 여행이란 상품의 재고처리를 위해 싸게 내놓은 게 아니다. 이름이 반값이다 보니 생길 수 있는 오해다. 반값여행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지역 여행의 맛과 멋을 알리는 맛보기 상품에 가깝다. 반값여행은 지출한 여행경비의 50%를 여행객에게 자역화폐로 환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역화폐는 여행 이후 지급되는 만큼,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해당 지역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인구감소지역 활성화를 위한 단순 현금 지원하는 게 아닌, 여행객이란 유동성을 공급해 지역 균형 발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여행상품인 셈이다. 복잡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여행의 기회가 한 번 더 늘었으니, 보다 여유롭게 국내 소도시의 'N차 여행'을 즐기면 된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챙기는 건 잊지 말자. 여행의 질적 풍성함이 달라질 테니.
'학습편' 반값여행+디지털 관광주민증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6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지역사랑 휴가지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역사랑 휴가지원' 사업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한다. 지역사랑 휴가지원이 반값여행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은 최대 10만원, 2인 이상 단체는 최대 20만원까지 환급된다.
반값여행의 효과는 대단했다. 경남 남해군·밀양시·하동군·합천군, 전남 고흥군·영암군·영광군 등 7곳은 4월분 신청이 조기에 마감됐고, 강원도 영월군은 4∼5월분 신청이 끝났다. 제천시는 올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13일 신청 접수를 시작한 전북 고창, 경남 거창도 하루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전남 완도의 경우 5월 약간의 여유분이 있는 정도다.
반값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활용하면 된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인구감소지역의 명예주민 개념을 적용한 서비스다. 관광객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웹과 앱에서 지역별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아 숙박, 식음, 관람, 체험, 쇼핑 분야의 할인과 우대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2022년 평창과 옥천 2개 지역으로 시작해서 2023년 15개, 2024년 34개, 2025년 44개 지역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인구감소지역 10곳을 추가해 운영 범위를 넓혔다. 반값여행과 디지털 관광주민증의 연계는 지역소비 확대와 재방문 유도, 나아가 관광생활인구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진 한국관광공사 지역균형관광팀장은 "인구감소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한 번 방문하게 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지역에서의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값여행과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각각 방문 유인과 관계 형성이라는 강점을 가진 만큼, 두 사업의 연계를 통해 지역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전편' 해남, 평창 미리보기
해남과 평창은 각각 4월 30일 5월 1일부터 반값여행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 학습이 끝났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해남군은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제시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두륜산 케이블카 왕복탑승권 2000원 할인, 오시아노캠핑리조트 캠핑사이트 이용료 20% 할인이 대표적이다. 반값여행 신청에 따른 지역 화폐 환급은 덤이다. 한 번 더 해남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여행의 질적 가치를 높인다. 한 번에 많은 곳을 둘러보기보다 천천히 지역 소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해남에는 명성이 자자한 볼거리가 많다. 녹우단, 대흥사, 우수영관광지, 독일마을, 해남공룡박물관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한 해남을 경험하고 싶다면 산이정원, 명량해전의 무대였던 울돌목을 추천한다. 산이정원 아침고요수목원을 일궈낸 이병철 대표의 노하우가 담긴 곳이다. 단순히 꽃과 나무를 즐기는 것을 넘어 각각의 공간에 스토리가 입혀진 게 인상적이다. 어린이를 위한 나비의 숲, 약속의 정원 등 남녀노소 함께 해남의 여유로움을 즐기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울돌목은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K-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울돌목은 최대 유속이 초속 6.5m로 빠르다. 세계에서 유속이 빠르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울돌목 주변에는 전장을 누볐던 판옥선을 재현해 놓았고, 우수영관광지에는 거북선 등 비롯해 무기 소개와 함께 다양한 체험 시설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울돌목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볼 수 없는 바다 소용돌이다. 물살이 빙글빙글 돌고, '웅'하는 소리까지 내고 있어 왜 이곳이 약세를 극복했던 명량해전 격전지가 됐는지를 실감케 한다.
평창의 디지털 관광주민증 혜택은 다양하다.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탑승권과 광천선굴 어드벤처 테마파크 이용 시 30% 할인, 허브나라농원 관람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평창 하면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세 곳을 추천한 건 가족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발왕산 케이블카는 모나파크(엣 용평리조트)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까지 가는 시간은 20분 정도로 긴 편이다. 발왕산은 해발 1485m로 대한민국에서 한라산, 설악산 등에 이어 12번째로 높다.
이렇게 높은 곳엔 뭐 볼 게 있을까 싶지만,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가 우선 여행객을 반긴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스카이워크다. 발왕산 정상의 천년주목숲길도 인상적이다. 천년주목숲길은 3.2km이며, 경사도 8% 이하로 만들어졌다. 무장애 데크길로 어린아이와 노약자도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광천선굴 어드벤체 테마파크는 평창의 이색 관광지다. 평창에 많은 자연동굴 중 사람이 둘러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데크 길을 놓아 관람객의 이용 편의성도 뛰어나다. 아이들에겐 동굴 속과 밖의 온도차이를 비롯해 보이는 것 모두가 천연학습장이 된다. 허브나라공원은 1996년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허브 테마 농원이다. 허브와 꽃을 재배하는 농지와 허브를 보며 휴식할 수 있는 관광농원으로 구성됐다. 허브나라농원은 사전 예약 등을 통해 이호순 원장이 직접 해설하는 투어프로그램도 운영중이라고 하니, 알찬 여행을 즐기기 위해선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허브나라공원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곳에 앉아 발을 담그고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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