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률 72%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수익성의 지표'로 불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TSMC를 크게 따돌렸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메모리가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메모리 양강이 나란히 초고수익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2조5천763억원, 영업이익 37조6천10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은 72%로 종전의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58%)을 넘어선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1만원어치 제품을 팔면 7천원 이상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제조업에서는 보기 드문 수치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반도체 업계에서 압도적인 수익성을 자랑하는 TSMC를 앞질렀다.
작년 4분기 SK하이닉스와 TSMC(54%)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4%포인트였는데, 1분기 만에 양사 격차는 약 14%포인트(SK하이닉스 72%·TSMC 58.1%) 가까이 확대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3년 1분기 마이너스(-) 67% 수준으로 바닥을 찍었던 영업이익률은 같은 해 4분기에 3%로 전환한 뒤, 매 분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실적의 수직 상승에는 HBM 판매 확대와 수급 불균형에 따른 범용 D램·낸드 가격 급등이 주효했다.
특히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가 전 분기 대비 90% 이상 오르는 등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며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앞서 이달 초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부문에서 60∼70% 수준의 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출하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이며, 나머지는 범용 제품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범용 D램은 DDR5, LPDDR5X, GDDR7과 같은 최신 제품부터 DDR4 등 구형 제품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실상 HBM을 제외한 나머지 D램을 뜻한다.
압도적인 이익은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직결됐다.
올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54조3천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말(34조9천억원) 대비 19조4천억원 늘어난 수치다.
반면 차입금 규모는 줄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2조9천억원 감소한 19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35조원의 '순현금'을 달성하며 재무 건전성이 한층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분기 순부채 상태로 접어든 이후 처음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을 넘어서는 순현금을 작년 3분기에 달성한 바 있다.
작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12조7천억원 수준이었다.
회사는 확보한 재원을 용인 클러스터, 청주 M15X 팹(공장) 램프업 등 중장기 투자에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투자 자금 유치와 순현금 확보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이 필수적"이라며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약 100조원 수준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와 유사한 재무 체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burn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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