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투수 앞으로 딱 오는 타구 아니면 야수가 처리하는게 맞다. 투수는 베이스 커버 가야지."
희망적인 경기인데, 이상하게 결정적 순간마다 내야 실책이 나온다. 경기의 맥이 확 빠지면서 패배와 직결되는 순간이다.
평범한 땅볼을 놓치거나 1루수가 제대로 포구를 못하면서 역전의 빌미를 준다. 혹은 어린이날 수원 KT 위즈전처럼 내야진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겐 익숙한 패배의 냄새다.
과거 이에 대한 질문에 김태형 롯데 감독은 "그게 강팀과 약팀의 차이다. 그런 수비 하나, 디테일 하나에서 삐걱거리느냐 아니냐가 강팀과 약팀을 나누는 기준"이라고 명쾌하게 말한 바 있다.
어린이날인 5일 수원 KT 위즈전이 그랬다. 롯데 선발 엘빈 로드리게스는 2-1로 앞선 6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KT 김상수의 선택은 희생번트. 타구는 3루 쪽으로 흘렀다. 2루주자 장성우의 발이 느린 만큼, 롯데 수비진 입장에선 충분히 3루에서 승부할 만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번트타구를 건져올린 로드리게스가 대뜸 2루로 공을 뿌렸다. 2루주자 장성우는 리그에서 가장 느린 선수 중 한명이고, 1루주자 힐리어드는 빠른 선수다. 결국 이 선택이 올세이프로 이어져 무사 만루가 됐고, 유준규-이정훈의 적시타가 터지며 다시 승부가 뒤집혔다. 사실상 이날의 승패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6일 수원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따로 물어보진 않았는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3루에서 승부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돌면서 스텝이 안 맞았을 수는 있는데, 그 먼 2루를 향해 던진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롯데는 이어진 8회말에도 내야가 우왕좌왕하는 통에 결승점을 내줬다. 필승조 정철원이 등판한 상황. 선두타자 김상수가 안타로 출루하자 다음타자 유준규가 3루쪽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이때 3루수 유격수 투수 포수가 모두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김상수는 베테랑답게 3루가 비었음을 포착, 그대로 3루까지 내달렸다.
롯데는 김원중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김상수는 다음 타자 권동진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고,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
김태형 감독은 "베이스 커버를 투수가 들어가는게 맞다"면서 "번트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빠르게 오는 게 아니라면 야수가 처리하도록 양보하는게 맞다"고 했다. 그 정도 타구의 경우 순간적으로 타구 방향을 보고, 투수는 3루로 달렸어야한다는 것.
"왼손 투수들은 반바퀴 돌아야하고, 투수들 중에 가까운 거리 던지는 걸 힘들어야하는 선수들도 있다. 야수에게 맡기는 게 정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기본기 부족이다.
롯데의 내야 불안은 이날 1회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KT 첫 타자 김민혁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2루 도루 성공과 동시에 포수 송구가 빠지면서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최원준의 2루 강습 땅볼을 롯데 2루수 고승민이 빠뜨리며 안타 하나 없이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김태형 감독의 3년차 시즌, 롯데가 이 고질병을 해결하지 못하면 가을야구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할 것이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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