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모르게 남용하는 말이 있다. '-의'도 그중 하나다. 나의 책, 만남의 광장, 앞으로의 활동 계획…. 어떤 이가 "이거, 니 책이야" 묻는다면 내 답은 뻔하다. "그래, 내 책이야." 이때 '나의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그런데도 글을 쓸 땐 나의 책이라고도 자주들 쓴다. 그뿐인가. 나의 과거, 나의 꿈, 나의 계획, 나의 판단, 나의 투쟁…, 예는 숱하다. 만남의 광장은 실재하는 장소여서 이야기가 좀 다르다. "만남의 광장에서 보자" 하지 "만남 광장에서 보자" 하지 않는다. 물론, 만남 광장이라고 명명했다면, 혹은 만나는 자리나 만나는 곳으로 이름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버릇처럼 쓰지만 '앞으로 활동할 계획'이라 하는 게 더 우리말답다는 견해가 있다.
더 우리말답다? 일본어 노(の)에 관한 해설이 필요한 지점이다. '의'로 기능하는 の는 명사를 연결할 "때마다" 놓이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주격 조사 노릇까지 하니 감초가 따로 없다. 우리는 '나뭇잎 배' 하면 되는 말을 일본 사람들은 '木の葉の船'(나무 목 잎 엽 배 선)이라 한다. '나무의 잎의 배' 하는 셈이다. 노랫말 '나의 살던 고향'(←내가 살던 고향)은 마치 일본어에서 の가 주격 조사로 쓰인 경우와 같은 표현 형태이다. 일제강점기에 이런 영향을 받아 우리말이 '의'로 넘치게 됐다는 분석은 자연스럽다. 한마디로 '의'는 절약하는 게 우리말법인데, '노'를 쓰듯 낭비하면 되겠느냐는 시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이쯤에서 우리말답다는 말을 다시 생각한다. 그건 뜻이 잘 통해 의사소통하기 좋은 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고작 어법에 억지스럽게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면 가치가 떨어질 테니까 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의'를 버려 더 우리말답게 벼리는 글쓰기는 한층 중요해진다. 국어책들이 든 다섯 가지 사례를 맛보자. ①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 땅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입니다" →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 땅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② "준이는 아이들의 노는 모양을 구경하느라고" → "준이는 아이들이 노는 모양을 구경하느라고" ③ "두 아이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두 아이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④ "학교에서의 생활은 그런대로 재미있었습니다" → "학교생활은 그런대로 재미있었습니다" ⑤ "스페인에서의 공부" → "스페인에서 한 공부", "스페인에서 공부하기".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오덕, 『우리말을 죽이는 일본말 뿌리 뽑기』, 도서출판 고인돌, 2019 : pp. 42-45. 나뭇잎 배 설명과 예문(②∼⑤) 인용
2. 이가령, 『고수의 글쓰기 : 30년 글쓰기 전문가가 알려 주는 글센스를 높이는 비법』, 유노책주, 2025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YES24) : '-의' 사용 유의 글 가운데 예문(①) 인용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나의 살던 고향은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4904&pageIndex=1
4.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재질문] 의 의미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qna_seq=327205&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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