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부터 소모품까지 안 오르는 게 없잖아요.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가성비 제품에 손이 갑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다이소 반려동물 코너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반려인 이 모 씨는 사료와 간식, 배변패드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여름용 냉감 의류를 3천원이면 살 수 있고, 하네스(가슴줄)나 영양제, 목욕용품도 대부분 1천∼5천원대라 부담이 덜하다"며 "저렴한 대용량 상품군도 다양해져 자주 찾는다"고 만족해했다.
◇ 물가 부담에 실속형 제품으로 발길 돌리는 반려인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반려동물 시장에도 '실속형'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달 반려동물용품 생활물가지수는 120.15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119.37)를 웃돌았다.
반려동물용품 물가는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2.8%, 2월 3.5%, 3월 2.7% 각각 오르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며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넘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품귀 현상까지 빚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다이소에서 출시된 5천원 상당의 '접이식 반려동물 카시트'는 온라인몰과 전국 매장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기존 브랜드 제품이 10만∼30만원대를 형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최대 60배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 흥행 요인으로 풀이된다.
◇ 유통업계, 실속형 라인업 강화…'알뜰 펫족' 정조준
유통업계는 가격 장벽을 낮춘 라인업을 보강하며 이른바 '알뜰 펫족'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원F&B는 2019년부터 다이소에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입점시킨 데 이어, 최근 뷰티·케어 브랜드 '아르르' 제품군 15종을 추가로 선보이며 품목을 확장했다.
동원F&B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뉴트리플랜 등 펫푸드 관련 제품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약 2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입점 제품 수는 33% 늘어난 70여종이다.
풀무원 역시 지난해 3월부터 펫푸드 브랜드 '아미오'를 다이소에 입점시켜 운영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매장별로 반려동물용품 전용 코너를 강화하고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자체 브랜드(PB)와 직매입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쿠팡은 사료·간식 및 배변 패드, 고양이 모래 등 반복 구매가 잦은 소모품 위주로 대용량 및 실속형 제품군을 늘리는 추세다.
배달의민족 또한 PB 및 단독 상품 노출을 확대하며 가성비 반려동물 제품군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관련 상품 수는 100여종에 이른다.
◇ '양극화' 되는 반려동물 시장…소모품 중심 가격 경쟁 심화
반려인 입장에서 쉽게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건강기능식품 영역에서도 가격 낮추기 움직임이 시작됐다.
농심의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 '반려다움'은 다음 달까지 주요 제품 4종의 가격을 한시적으로 최대 43% 인하한다.
농심 관계자는 "수익 창출보다는 고물가 속 반려 가구의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반려동물 시장이 '초고가 프리미엄'과 '극가성비 실속형'으로 갈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양제나 개모차(강아지 유모차), 프리미엄 식사 서비스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는 동시에 소모품을 중심으로 가성비를 찾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반복 구매 품목은 가격 경쟁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홍 건국대 스마트동물보건융합전공 교수는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 부담이 큰 가구는 제품의 수량과 질을 함께 줄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유 소비층은 구매 횟수를 조절하더라도 품질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조적"이라고 진단했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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