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SF 스릴러 영화 '호프'(나홍진 감독, 포지드필름스 제작)가 올해 칸국제영화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쏟아지는 궁금증 속 베일을 벗은 '호프'는 근래 가장 격렬한 호불호 평가를 받으며 칸을 뒤흔들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으로 초청된 '호프'는 지난 17일 21시 30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됐다. 이날 월드 프리미어는 나홍진 감독과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참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무려 160분(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한 '호프'는 월드 프리미어 이후 외신은 물론 전 세계 평론가들로부터 수많은 평론이 쏟아지면서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최고의 화제작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호프'를 향한 외신들의 호평으로는 더랩(TheWrap)의 "'호프'는 액션, 호러, SF를 자유자재로 도약하는 거장다운 괴수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짜릿한 액션 질주를 선보인다. 특히 초반 1시간 동안 괴수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마을의 참상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연출은 압권이다",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의 "대낮에 전개되는 이색적인 스릴러. 카메라 기교와 리듬감, 캐릭터들의 매력이 관객을 즉각 매료시킨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추격자' '황해' '곡성')이 오히려 이 영화를 위한 웜업(Warming-up)처럼 느껴질 정도로 스케일이 거대하다", 넥스트 베스트 픽처(Next Best Picture)의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아드레날린의 연속이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경이로운 영상미, 마이클 아벨스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 엄청난 스케일의 세트 디자인이 할리우드가 부러워할 만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심지어 할리우드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이를 구현해 냈다" 등 나홍진 감독 특유의 파괴적인 연출력에 극찬을 쏟았다. 일부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언급하며 두 영화에서 봤던 날 것의 에너지를 봤다는 호평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반면, 극과 극 불호도 이어졌다. 인디와이어(IndieWire)는 "영화의 전반부는 숨이 막힐 듯한 서스펜스를 자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톤이 완전히 망가진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조난 상황 속에서 굳이 캐릭터들의 대장 증후군이나 유치한 화장실 유머 등 블랙 코미디를 길게 보여주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이 기괴한 톤의 불일치는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며, 영화를 다소 유치한 B급 소동극처럼 보이게 만든다", IBT(International Business Times)는 "외계 괴물들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드러나는 중반부 이후부터 시각효과(VFX)의 밑천이 드러난다. CG로 구현된 생명체들의 질감과 무게감이 화면과 겉돌아 긴장감을 툭툭 끊어먹는다. '곡성'에서 보여준 날 것의 생생한 공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할리우드 열성작들을 어설프게 흉내 낸 듯한 조잡한 후반부 전투 장면에 탄식을 뱉을 것이다" 등 나홍진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절제되지 않고 날뛰는 작품이라는 혹평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호프'는 후반 작업이 늦어지면서 칸영화제 출품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러한 '호프'를 위해 칸영화제가 이례적으로 '출품 마감'을 연기할 정도로 극진한 대우를 한 바 있다. '호프'가 공개된 이후 크리처들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나홍진 감독이 끝내 후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칸영화제에 출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호프'는 칸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이후 평론가들의 가장 격렬한 토론을 이끄는 문제작으로 주목받게 됐다. 최근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화제작 중 평론가들 사이에서 도무지 중론이 안 모아지는 '기괴한 영화'로 입소문을 얻고 있는 것. 뜨겁다 못해 터질듯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호프'의 성적표도 화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 리뷰 집계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는 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로 호평과 혹평의 영화를 구별한다. 신선도 60% 이상의 점수를 받은 영화를 신선한 토마토로, 신선도 59% 이하의 영화를 썩은 토마토로 구분한다. 현재 '호프'의 로튼 토마토 신선도는 78%다. 칸영화제 공개 직후 10개 리뷰로 신선도 80%를 얻은 '호프'는 이후 2개의 리뷰가 추가되면서 75%로 소폭 하락했다가 6개의 리뷰가 더해지면서 78%로 다시 상승했다. 여전히 호평이 강세인 영화로 이목을 끌었다. 장르적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논쟁작' 영역으로 확실히 들어선 '호프'는 칸영화제 후반부로 갈수록 전 세계 평론가들의 리뷰가 등록돼 신선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매년 칸영화제 기간 가장 권위 있는 소식지로 꼽히는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의 칸영화제 경쟁 부문 평점 매트릭스(Cannes Film Festival 2026 jury grid)도 '호프'에 후한 점수를 줬다. 전 세계 저명한 영화 평론가들이 매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영화들에 점수를 매기는 성적표와 같은 주리 그리드에 칸영화제 경쟁 부문 12번째 상영작이었던 '호프'는 2.8점을 받았다. 현재 주리 그리드 최고 평점을 받은 작품은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파더랜드'다. 이 영화는 4점 만점의 3.3점을 받으며 지금까지 공개된 경쟁 부문 작품 중 최고 평가를 받았다. 또한 주리 그리드 역대 최고점은 2018년 열린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으로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4점 만점에 3.8점을 기록했다. 2019년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걸작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3.5점을 기록해 그해 주리 그리드 최고점을 기록했다.
상위권에 오른 '호프'는 프랑스 매체 르 몽드(Le Monde)의 마티외 마샤레(Mathieu Macharet) 평론가가 최고점인 4점 만점(Excellent)을 주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더불어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3점(Good)을 주면서 강력한 수상 복병임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SF·괴수·스릴러 등 복합 장르는 평론가 집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은 장르임에도 '호프'는 매우 드물게 균일한 호평을 받아 눈길을 끈다.
아직 평가를 받지 못한 10편의 경쟁작이 남았지만 '호프'는 연출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는 감독상을 비롯한 기술적 성취를 기리는 부문에서 강력한 수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호프'가 '기생충' 이후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 등이 출연했고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해 여름 개봉 예정.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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