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잘 던진게 아니다. 자꾸 그런 기록으로 포장하지 말라."
이강철 KT 위즈 감독의 외침이다. 퀄리티스타트를 '밥먹듯' 하는 토종 투수가 2명이나 있는데도 리그 제일의 '투수 장인'으로 불리는 그답지 않은 속내다.
KT 위즈의 최대 강점으로 평가되던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다. 예년과 달리 시즌초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 걸음걸이가 위태로워진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8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는 총 23명. 그중 4명이 KT 위즈다. 케일럽 보쉴리(8경기 45이닝)를 비롯해 오원석(8경기 44이닝) 맷 사우어(9경기 50⅔이닝) 고영표(8경기 43이닝)다. 부상 이탈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소형준도 7경기 39이닝이다. 적어도 선발투수의 미덕으로 꼽히는 이닝을 먹는 역할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세부 지표는 기대 이하다. KT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10개팀중 5위에 불과하다. 특히 오랫동안 토종 에이스로 활약해온 고영표의 평균자책점은 5.23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23명 중 최하위다.
평소 선발투수의 역할로 '이닝'을 강조해온 이강철 감독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있다. 그는 "6이닝 3실점이면 평균자책점 4.50인데, 잘 던졌다고 보기 어려운 기록"이라며 "5~6이닝 먹을 거면 확실하게 2실점 이하로 막든지, 3실점 이상 하는 외국인 투수라면 7이닝, 가끔은 8이닝까지 던져줘야 자기 역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1선발 사우어가 자신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KT 선발진 전체에 그 불안감이 퍼지는 모양새다. 사우어의 평균자책점은 4.62로, 전체 20위에 그친다.
잘 던지다가도 한번에 몰아 맞고 실점하는 양상이 아쉽다. 17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 타선이 선취점도 뽑아줬고, 3회까지 무실점이었는데 4회에만 3점을 내주며 흔들렸고, 투구수 문제로 5회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를 영입한 만큼 사우어를 향한 구단의 기대는 무척 컸다. 마무리 박영현을 도와줄 불펜들이 풍부해진 만큼, 선발진이 버텨주면 충분히 우승 도전이 가능한 팀이다.
사우어의 경우 최고 152㎞까지 나오는 직구 자체는 인상적이지만, 한국에 오기전 기록한 '평균' 152㎞와는 거리가 있다. 구위 대비 제구가 좋지 않다보니 이닝이 얼마 안돼도 매경기 100구에 가깝게 던진다. 벌써 전체 투구수 859개로 롯데 로드리게스, 삼성 후라도, 두산 곽빈에 이어 4위다. 장기적으로 체력 저하도 우려된다.
반면 같은 전직 다저스맨이지만. 한미 통산 200승에 도전하는 한국 최고의 투수 류현진은 올해도 8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3.52의 호성적을 기록했는데 투구수도 702개로 선발투수 23명 중 2위(1위 NC 구창모)의 경제적인 야구까지 뽐냈다.
이강철 감독은 자칫 사우어 특유의 강한 자존감이 흔들릴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 어쩌면 올한해 최고의 위기일 수도 있다. KT는 흔들림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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