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틴에게 성적 암시가 담긴 외설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같은 내용의 명예훼손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WSJ 기자 2명과 발행사 다우존스, 그리고 모회사인 뉴스코프 및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100억달러(약 15조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지난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틴의 50번째 생일에 맞춰 여성 나체를 외설적으로 그려넣은 축하 편지를 보냈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가 서명돼 있었다는 WSJ의 지난해 7월 17일자 보도를 둘러싼 것이다.
이 편지는 이후 미 의회가 엡스틴 유족으로부터 생일 축하 책자 사본을 입수·공개하면서 존재가 확인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편지를 엡스틴에게 보낸 사실이 없다면서 이튿날 100억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명예훼손 배상 청구액이었다.
플로리다주 연방법원 대런 게일스 판사는 WSJ 보도의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가 입증되지 못했다며 지난달 13일 소송을 기각했다. 다만, 편지 작성자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인지에 대해선 "현 소송 단계에서 판단할 수 없는 사실관계"라며 다루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측이 한 달 만에 비슷한 내용으로 수정 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 대변인은 CNN에 "대통령은 가짜뉴스와 비방으로 미국 국민을 오도하는 자들에게 계속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 소장은 WSJ 기자들이 그 편지를 입수·검증한 경위가 기사에 설명되지 않은 게 '실질적 악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 악의는 거짓임을 알면서도 또는 진실을 알면서도 무시한 채 보도했다는 뜻으로, 공직자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입증돼야 하는 법적 기준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WSJ 발행사 다우존스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 보도의 엄격성과 정확성에 전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소송에 대해서도 강력히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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