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4·토트넘)이 나아가야할 길은 단 하나다. 바로 '박지성(35·은퇴) 로드'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PSV에인트호벤(2003~2005년)을 거쳐 2005~2006시즌 맨유에 입단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 진출이었다. EPL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시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맨유에서 7시즌을 뛰며 205경기에 나와 27골-29도움을 기록했다. 풍부한 활동량과 끈질긴 수비력, 효율적인 공격력으로 맨유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EPL 4회 우승, 리그컵 회 우승, 유럽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과 2회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과 아시아의 많은 축구 선수들이 박지성을 본받고 싶어한다. 손흥민도 평소 "한국 선수 가운데는 박지성이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하곤 했다. 박지성처럼 EPL과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의지였다. 그렇다면 현재 손흥민은 박지성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을까.
손흥민과 박지성을 전격 비교했다. 기준은 2005~2006시즌 초반의 박지성이었다. 맨유에 막 입단했던 시기로 당시 박지성은 24세였다. 지난해 23세의 나이로 토트넘에 둥지를 튼 손흥민과 비슷한 나이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서 17경기를 뛰었다. 때문에 박지성도 맨유에서의 첫 17경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잉글랜드에서 17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은 동일 기간의 박지성을 앞서고 있었다. 우선 출전 시간이 더 많다. 손흥민은 17경기에서 총 786분을 뛰었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46.2분이었다. 박지성은 총 755분을 뛰었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44.4분이었다. 선발 출전에서는 손흥민이 8회로 7회의 박지성보다 앞선다.
물론 상황의 차이는 있다. 박지성의 이적료는 400만파운드였다. 손흥민의 이적료는 2200만파운드다. 토트넘으로서는 이적료를 생각해서라도 손흥민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돼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공격포인트에서는 손흥민이 박지성보다 많이 앞선다. 손흥민은 4골-5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7경기에서 토트넘은 모두 승리했다. 반면 박지성은 맨유 데뷔 후 첫 17경기에서 2도움에 그쳤다.
기록에서 손흥민과 박지성이 차이가 나는 것은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측면 공격은 물론이고 최전방 스트라이커까지 커버하는 전천후 공격수다. 토트넘으로 오기 전 독일의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은 5시즌을 뛰며 87경기에 나와 29골을 넣었다. 토트넘에서도 손흥민의 공격력을 기대하고 영입했다.
이에 반해 박지성은 많은 활동량에 기반을 둔 미드필더다. 박지성을 통해 '수비형 윙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또 상대팀의 에이스를 맨마킹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퍼거슨 감독도 자신의 자서전에서 '박지성은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선수이자 스스로 공간을 창출할 줄 아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분명 손흥민은 잉글랜드 생활 초반 자신의 롤모델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박지성은 초반 적응을 마친 뒤 경쟁자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징을 앞세워 맨유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롱런의 비결이었다.
반면 손흥민은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가 크지 않다. 손흥민이 잘하더라도 경쟁자가 더 잘하면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 최근 형국이 그렇다. 경쟁자인 해리 케인(23·13골-2도움)과 에릭 라멜라(24·8골-3도움), 크리스티안 에릭센(24·3골-7도움), 델레 알리(20·5골-4도움) 모두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때문에 손흥민은 최근 5경기 연속 교체 출전에 머물렀다. EPL만 따지면 6경기 연속 교체 출전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그리고 EPL에서 족적을 남기려면 경쟁자들을 압도할 '차별화된 무기'를 보여줘야만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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