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질은 충분히 입증했다. 이제 '뭉치'는 지속성만 보여주면 된다.
2015시즌 KBO리그에서는 수많은 감동과 환희의 순간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새로운 희망을 심어준 장면이 바로 위암 투병을 이겨낸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현석의 컴백이다.
2014년 말, 마무리캠프를 정상적으로 마친 정현석은 귀국해 치른 건강검진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정현석도 한화 구단도, 김성근 감독도 할 말을 잊었다. 때마침 FA로 영입한 배영수의 보상선수로 삼성이 정현석을 지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구단이 나서 삼성에 양해를 구하고 정현석을 다시 데려왔다. 아픈 선수를 보내는 게 말이 안되는데다가 어제까지 팀의 일원이었던 선수의 갑작스러운 고통을 외면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한화는 정현석의 재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선수단도 한마음이 됐다. 주장 김태균의 주도로 스프링캠프 훈련 모자 챙에 정현석의 별명인 '뭉치'를 써넣었다. 몸은 떨어져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 한다는 의지, 그리고 건강한 복귀를 한뜻으로 기다린다는 응원. 정현석은 그런 동료들의 응원을 먹고 힘을 냈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현석은 약 9개월에 걸친 재활로 암을 극복한 뒤 8월5일 인천 SK전 때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수술로 위의 일부분을 잘라냈고, 그에 따라 식이요법을 병행하느라 살이 쏙 빠져있었지만 더 이상 '병마'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돌아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전에 비해 일취월장한 기량까지 보여줬다. 극한의 고통과 위기를 극복하고 나자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듯 했다. 복귀전에서 2타수 2안타를 치더니 결국 2015시즌 끝까지 거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다. 2015년 기록은 43경기 출장, 116타수 36안타로 타율 3할1푼. 2루타는 6개를 쳤고, 홈런도 1개 있었다. 타점은 12개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정현석의 기록에 비춰보면 괄목할 만한 진화다. 2007년 한화 신고선수로 입단한 정현석은 통산 타율이 2할6푼8리 밖에 안된다. 무엇보다 6시즌 동안 366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시즌당 61경기 꼴. 완벽한 1.5군급 백업선수라는 의미다. 그나마 2013년에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7리(356타수 102안타)를 기록한 게 지금까지 커리어 하이다.
하지만 지난해 힘겨운 과정 속에서 정현석은 오히려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다행히 2016시즌은 정상적인 준비를 거쳐 처음부터 풀타임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정현석은 이미 마무리캠프도 건강하게 완수해냈다. 이제 스프링캠프를 거쳐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뭉치'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과연 정현석은 2013시즌을 뛰어넘는 개인 최고의 한 해를 만들 수 있을까. 큰 고비를 넘긴 정현석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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