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나를 살렸다면 다른 이들, 나아가 온 세상도 살릴 수 있을 것", 천양희 시인의 '나를 살린 문장들'(모루와 정)
평생을 시 짓기와 독서로 일관해온 노시인이 자신이 밑줄 그으며 읽었던 책갈피 중 독자와 가장 쉽게 나눌 수 있는 것들을 골라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정호승, 최승자, 안도현, 오정희 등 국내외 시인들의 명시 구절과 카뮈의 '이방인' 등 소설 문장, 미셀 투르니에의 묘비명 등을 비롯해 동서고금의 잠언, 시인이 감명을 받고 힘을 얻었던 영화 속 대사, 인생의 내공이 담긴 명사들의 인터뷰 기사, 화가 루오의 명화 제목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즐겨 음미했거나 아픔을 치유했던 모든 장르의 글이 망라되어 있다. 노시인이 평생 해온 공부와 삶의 궤적이자 은밀한 내면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그 모든 세월과 위기의 순간 나를 살린 것은 내가 보듬어 읽고 손으로 꾹꾹 눌러 쓰며 공부했던 명시와 명문장들이었다"며 "이 책에 담긴 시와 문장은 내 인생의 반려이며 나를 살려준 평생 공부의 고갱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나를 살렸다면 다른 이도 살릴 수 있을 것"이고 "더 지극해지면 온 세상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총 68편의 시와 60편의 명문장들이 1. 이별과 외로움, 2. 사랑, 3. 결혼, 4. 인생, 5. 잠언과 성찰 등의 테마로 나뉘어 실려있다. 여느 필사책과 달리 책 모서리를 성경이나 고급 노트처럼 둥글게 라운드 처리하여 맵시와 미감을 높였고, '시집 + 노트'라는 필사책 특유의 콘셉트를 더욱 충실히 살렸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한 시인은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정원 한때'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등이 있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등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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