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 다르다고 해도 프로야구 감독이 머리 속을 지배하는 건 팀 성적 하나다. 더 나은 성적, 더 밝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감독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 구단이 원하는 성적을 내면 감독 성향에 따른 호불호, 과정에 뒤따른 비판이 묻히게 마련이다.
지난해 6~7위에 그친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최근 몇 년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성적부진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 팀은 지난해 새 사령탑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첫 해부터 바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5강 싸움을 이어갔지만 뒷심 부족으로 물러났다.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한화,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KIA, 두 팀의 사정은 달라도 올해 목표는 가을야구다. 약체 이미지를 털어내야하고, 최소한 지난해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팀을 끌어가는 두 감독의 스타일, 전력의 주축인 베테랑을 다루는 방식이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최근 해외 전지훈련을 둘러싼 접근법이 그렇다.
김성근 감독은 김태균(34)과 정우람(31) 이용규(31) 등 주축선수를 일본 고치 1군 전지훈련 참가자 명단에서 뺐다. 포수 조인성(41)과 김경언(34) 정현석(32) 허도환(32) 송은범(32) 심수창(35) 김회성(31)도 제외됐다. 모두 서른이 넘은 베테랑들이다.
김성근 감독은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한 선수는 전지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고 했다.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해야하는데, 준비가 덜 됐다는 강한 질책이다. 그가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불명확하지만, 핵심선수 다수가 '감독이 지향하는 야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프로의식이 부족한 선수'가 됐다.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린 선수들이지만,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였을까. 강한 채찍으로 이들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중심타자 김태균은 '이글스의 얼굴'이고, 정우람은 4년간 총액 84억원을 주고 데려온 불펜 핵심 자원이다. 어떤식으로든 주축선수로 활용해야할 선수들이다. 졸지에 한화의 서산 2군 훈련장이 정예멤버들의 임시 캠프가 됐다.
KIA 고참 선수들도 16일 출발하는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 명단에서 빠졌다. 김원섭(38)을 비롯해 김민우(37) 김주찬(35) 최영필(42) 김병현(37) 김광수(35) 이성우(35) 등 베테랑 선수, 지난해 풀타임을 소화한 양현종(28) 윤석민(30)이 국내에 남는다. 광주에서 선수별로 페이스에 맞춰 훈련을 하다가 2월 1일 오키나와로 넘어간다. KIA 본진은 2월 8일 애리조나에서 오키나와로 이동해 연습경기 위주의 실전에 들어간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고, 시즌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있다. 획일적인 잣대로 젊은 선수와 비교한다는 건 넌센스다. 베테랑 선수의 특성을 '준비부족'이나 '근성결여'로 매도할 일이 아니다. 김기태 감독은 이를 감안해 올해 캠프를 두개로 나눠 운영한다. 지난해 제1선발과 마무리로 숨가쁘게 던졌던 양현종 윤석민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체력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강압적인 리더십하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13일 진행된 KIA 체력 테스트에서 참가 선수 전원이 통과했다. 비시즌 기간에 기본 훈련을 계속하라는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통과 기준도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가져갔다.
올해 두 팀의 행보가 궁금하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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