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민간인 복귀가 얼마남지 않은 말년병장은 예측을 불허하는 군생활을 조심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상주 상무의 '말년병장 6인'은 찬바람을 쌩쌩 맞으며 굵은 땀을 흘려야 하는 동계훈련을 자처하고 나섰다. 오는 2월 18일 군 생활을 마치는 조동건 곽광선 이현웅 유수현 한상운 강민수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경남 거제에서 진행 중인 상주의 동계 전지훈련에 합류해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진호 상주 감독의 한 마디가 선수들의 가슴을 움직였다. "최고참인 여러분들이 솔선수범 해야 한다. 비록 전역을 앞두고 있지만 군인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사실 조 감독 입장에선 이들을 전지훈련지에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 시즌 개막 전인 2월 중순 팀을 떠나는 이들은 '전력외'다. 훈련을 하더라도 새 시즌 구상에 포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상주를 떠나면 이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활약을 준비해야 한다. 군생활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을 컨디션으로 증명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비록 전역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상주의 식구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동건 곽광선 이현웅은 유례없는 선수 유출 속에 신음 중인 수원 삼성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고 있다. K리그 정상급 공수 자원으로 꼽히는 한상운 강민수 역시 원소속팀 울산 현대의 주전경쟁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승격팀 수원FC로 복귀하는 유수현도 마찬가지다.
조 감독이 노린 기대효과는 또 있었다. "고참들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후임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조 감독의 요청은 팀-선수 간이 '윈-윈 전략'이었던 셈이다.
조 감독의 구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전지훈련 1주일 째에 접어든 상주 선수단의 분위기는 추위를 녹일 정도로 뜨겁다. 고참들의 맹훈련은 후임들에게 신선한 자극제였다. 조 감독 부임으로 상주가 새판짜기에 돌입한 만큼 선임들의 빈 자리를 놓고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 감독은 "훈련 초반이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잡혔다. 고마운 일"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이 용 역시 "선임들의 훈련 효과가 후임들에게는 적잖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챌린지에선 챔피언이었지만 클래식에선 도전자다. '클래식 잔류'라는 당면과제에 올인 중인 상주가 '말년병장 효과'에 기분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거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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