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트 디 알바자의 정두영 디자이너는 "이제 패션계에서 성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컬렉션 무대 위에 선 모델들의 착장에 성의 구별이 불분명해졌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의 2016 S/S 컬렉션 무대에서도 남자 모델들의 몸을 휘감은 것은 한때 여성성의 상징이었던 연핑크 실크, 프릴, 시스루, 플라워 프린트 등이었고, 여자 모델들은 매니쉬한 재킷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여자 모델들이 매니쉬한 수트를 입고 컬렉션 런웨이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셀러브리티들도 앞다투어 남성 수트를 입고 나오게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해부터 이같은 변화가 감지됐다. 영화 '암살'에서 저격수 역을 맡아 천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 전지현이 지난 해 레드카펫 룩으로 선택한 의상은 다름 아닌 수트였다. 프레피 룩을 연상시키는 포인트의 네이비&화이트 재킷을 입고 타이를 매치하거나, 슬림한 실루엣의 도트 패턴 수트에 블랙 타이를 매치하기도 했다. 그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는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역을 맡아 로맨틱한 느낌을 보여줬다면, '암살'에서는 이와는 느낌이 확 다른 매니쉬한 룩을 주로 선보였다"라고 전했다.
또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역을 맡은 송윤아 역시 작품 속에서 톤 다운된 컬러의 재킷과 셔츠 룩을 주로 선보여 '젠틀우먼 룩'을 유행시켰고, 김희애 역시 종전의 여성스러운 스타일링을 벗고 매니쉬한 블레이저로 공식석상을 누볐다. 한 때 섹시함의 상징이었던 김혜수도 최근 tvN 드라마 '시그널' 제작발표회에서 어깨 부문이 강조된 재킷을 착용했다.
이처럼 성별의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 룩의 유행은 비단 수트 뿐 아니라 데님 룩에도 번진다. 채규인 디자이너는 "젠더리스 룩의 유행으로 남녀 데님의 강세를 점쳐본다"고 전했다. 레트로 룩 유행과 더불어 기존의 스키니 진의 유행은 이제 완전히 저물고 보이 프렌드 핏 데님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성의 구별과 함께 올해 패션계는 이종간의 스타일링, 즉 하이브리드의 유행도 점쳐볼 수 있다. 정두영 디자이너는 "포멀한 코트에 스포티한 트레이닝 팬츠와 조깅화의 착장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라며 "올해도 포멀과 캐주얼, 스포츠 아이템 등 이종간의 믹스매치 스타일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자사 연예패션팀 패션자문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배우 이진욱의 룩에서도 하이브리드에 대한 패션계의 환호가 감지된다. 당시 이진욱은 크림 색 더블브레스 수트룩에 티셔츠와 스니커즈를 신고 베스트룩 2위에 올랐다.
브랜드 KYE의 계한희 디자이너는 "개인적으로 과거부터 모피 코트에 나이키를 신는 등의 믹스매치를 선호해왔는데, 지금은 이런 믹스매치가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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