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매년 센트럴리그 1위를 넘어 재팬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리그 우승이 기본 목표이다보니 1위를 놓치면 '실패한 시즌'이라는 평가, 책임론이 뒤따른다. 매시즌 최고 선수가 몰리는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도 비슷한 분위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축구 명문구단들은 팀이 흔들리거나 우승에서 멀어지는 시점이 되면 어김없이 후임 감독 애기가 흘러나온다. 구단의 확실한 지원하에 전력을 갖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른 리그, 타 종목의 경우 우승권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KBO리그는 대다수 팀이 우승이 목표이고, 최소한 5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타깃이다. 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긴해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성공'은 몰라도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올해 한화 이글스는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둬야 기대치에 부응하는 걸까. 전문가들의 전력 평가, 그동안 이뤄진 투자, 분위기를 보면 '우승' 혹은 한국시리즈 진출이 성패의 기준선이 될 것 같다.
대다수 야구인들이 올해 한화를 NC 다이노스와 함께 우승 전력으로 본다. 아무리 2~3년 전까지 최하위 전력이었다고 해도 한화만큼 지속적으로 전력 보강이 이뤄진 팀은 없다.
한 프로야구 코칭스태프 출신 야구인은 "지난해 한화가 5위 싸움을 하다가 6위로 시즌을 마쳤는데, 투자를 감안하면 실패한 시즌이었다고 봐야 한다. 페넌트레이스 운영이 매끄럽게 됐다면 5강 진입이 가능했다. 올해 선수 구성을 보면 당연히 우승 전력이다"고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당연히 우승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가장 주목받는 팀이었다. 부진한 성적뿐만 아니라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70대 베테랑 감독의 잇단 영입, 눈에 띄는 전력 강화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우승 청부사' 김성근 감독을 했고, 이번 겨울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 감독의 요청이 있었겠지만, 한화그룹 최고위층의 우승 열망이 투영된 전력 보강이다. 김 감독 부임 후 모기업의 지원 수준이 한단계 더 올라갔다.
'간판 타자' 김태균(4년-84억원) 조인성(2년-10억원)을 눌러앉힌 가운데,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정우람(4년-84억원) 심수창(4년-13억원)을 데려왔다. 김 감독이 중시하는 불펜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외부 FA 영입 이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게 외국인 선수의 면모다. 지난해 후반기 '괴력투'를 선보였던 에스밀 로저스(190만달러·약 22억8000만원)과 재계약한데 이어, 20대 메이저리거 윌린 로사리오(130만달러·약 15억6000만원)를 잡았다. 두 선수를 영입하는데 무려 320만달러를 썼다. 어디까지나 구단이 밝힌 금액이 그렇다. 로저스의 연봉 190만달러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금액이다.
연봉의 적정성, 연봉대비 효용성과 별개로 타 팀 외국인 선수와 급이 다르다는 평가다. 로저스는 지난해 후반기 10경기에 등판해 6승2패(평균자책점 2.97)를 기록했는데, 4차례 완투에 3번이나 완봉승을 거뒀다. 포수인 로사리오는 2011년 부터 지난해까지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5시즌 동안 44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3리(1512타수 413안타), 71홈런, 241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성적이 하락세라고 해도 지난해 87경기에 출전한 따끈
따끈한 현역 메이저리거다.
한화는 앞서 알찬 전력 보강을 했다. 2013년 시즌이 끝나고 외부 FA 정근우(4년-70억원) 이용규(4년-67억원)를 영입했고, 2014년 시즌 후 배영수(3년-21억5000만원) 송은범(4년-34억원) 권 혁(4년-32억원)을 끌어왔다. 지난 3년간 외부 FA 7명이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KBO리그 10개팀의 올해 전력이 이전에 비해 평준화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독주했던 삼성 라이온즈같은 절대강자가 사라졌다. 프로야구 생태계가 바뀌었다. 성적에 목마른 한화에겐 호재다.
물론, 기대가 큰 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면 책임이 뒤 따를 수밖에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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