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라. 우리를 두려워할 것이다.'
스피드는 현대 야구의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배트 스피드, 구속, 주루, 송구 등 모든 면에서 '빠름'이 대세다. 남보다 빨라야 경쟁을 이겨낸다.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에서도 '스피드'는 주요 강조 포인트다. 특히 포메이션 훈련 과정에서 스피드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대표적인 기술, 즉 '스틸'이 반복적으로 시행됐다. 간판 김태균을 비롯해 전 선수가 예외없었다. 스타트를 끊고, 몸을 날렸다. 김성근 감독은 훈련을 마친 뒤에도 이 훈련을 복기하며 선수들의 스피드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스틸은 단순한 기술로 생각할 것이 아니다. 스틸 하나로 상대의 수비를 어렵게 하고 경기의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다. 또 우리 선수들의 기용폭도 크게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틸로 경기 흐름을 쥘 수 있다.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이 과정을 통해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의식 변화까지도 함께 주문했다. "스틸 연습 때부터 어떤 선수들은 스타트가 늦는 모습이 보인다. 단순히 연습이라는 마음을 갖고 해서 그렇다. 이 훈련이나 동작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아직 확실히 모르는 것 같다"면서 "그런 반면에 슬라이딩 때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을 날리는 선수도 있다. 그런 부분 하나를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면 그게 바로 경쟁력이다. 그거 하나로 밥을 벌어먹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도루에 대한 중요성을 이처럼 강조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한화는 지난해 팀 도루 꼴찌였다. 80개 밖에 하지 못했는데, 이는 팀 도루수 1위 NC 다이노스(204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도루 시도 횟수 역시 127회로 가장 적었다. 이처럼 느림보 팀이다보니 경기의 주도권을 순간적으로 잡아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초반부터 맹타로 점수를 뽑아 앞서나가거나 혹은 경기 후반 불펜의 안정 덕분에 버티다 역전하는 패턴만 있었다. 도루 등의 작전으로 상대 내야를 흔들어 점수를 뽑고 작전 야구로 승부하는 모습이 없었다.
하지만 '작전 야구'는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다. 결국 김 감독은 지난해 자신의 주무기 중 하나를 아예 봉인한 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 때 더더욱 도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의 팀 도루 갯수가 20개만 늘어나도 팀 득점력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승수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상대 팀으로 하여금 '한화도 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 경기 흐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한화 캠프에서 도루 연습 장면은 앞으로 늘 보게 될 듯 하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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