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중반 일이다.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에서 4번 타자로 뛰던 데이빈슨 로메로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의 기대감은 컸다. 타이론 우즈를 닮은 외모로도 주목 받았다.
우락부락한 몸매와 달리 로메로는 착했다. 말수가 적었고 내성적이었다. 이 부분이 결국 KBO리그에 연착륙하지 못하고 실패한 원인인데, 그럴 때마다 먼저 다가간 게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그는 로메로를 보자마자 자신의 방망이 몇 자루를 선뜻 건넸다. 타격을 마친 뒤엔 괜찮다며 어깨를 다독였다.
그리고 이제 김현수는 외국인 선수를 돌보는 KBO리그 터줏대감이 아니라 로메로와 같은 외국인 선수가 됐다. 9년차 FA 자격을 얻어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도전을 막 시작했다. 다행히 첫 인상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현지에서 '환상적'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볼티모어 전담 방송국인 MASN의 로치 코밧코 기자는 최근 김현수와 함께 훈련하고 있는 우완 투수 마이크 라이트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2경기(선발 9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6.04를 기록했다. 팀 내에서 입지가 확고한 편은 아니고, 김현수처럼 올 시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려야 하는 처지다.
라이트는 "매일 김현수와 힘든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멋지다. 환상적인 동료가 될 것이라 본다. 항상 긍정적이다. 언제나 웃고 있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브래디 앤더슨 부사장의 지휘 하에 훈련 중이다. 비자가 늦게 나오며 출국 날짜가 미뤄졌고, 이달 24일 구단 스프링캠프에 앞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산을 오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 동료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후문이다. 긍정적인 성격에 대한 라이트의 극찬도 그래서 나왔다.
올 시즌 김현수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중견수 애덤 존스를 제외하면 무려 6명이 코너 외야 주전 자리를 놓고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단 김현수가 개막전 좌익수 자리를 맡을 공산이 큰 상황. 그렇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마크 트럼보, 다니엘 알바레즈, 놀란 레이몰드, 헨리 우루티아, 에프렌 나바로 등 쟁쟁한 선수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좋은 첫 인상을 심어준 건 바람직한 행보다. 실력만큼 중요한 건 현지 적응, 또 팀 적응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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