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서 돈이 새나가는 데도 즐거운 사람이 있다?
LG 트윈스의 1차 전지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 LG는 이번 캠프 모토로 '즐기는 캠프'를 선택했다. 신-구 조화를 이루며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양상문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양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껏 뛰놀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 그동안은 우리 선수들이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각 팀마다 전지훈련장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게 사실. 양 감독 진단에 따르면 LG 캠프는 선수들이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서 정해진 훈련만 소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느꼈다고 한다. 양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LG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해설위원으로 각 팀들의 캠프를 다니며 분위기를 봐왔었다.
팀 전통, 선후배 관계 등 여러 요인들이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 물론, 감독의 영향도 크다. 사실 양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꽤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다. 마냥 살갑게 선수들을 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캠프를 앞두고 감독부터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팀 분위기가 바뀌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과 대화, 스킨십을 늘리는 것은 기본.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훈련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사비를 터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양 감독은 지루한 훈련 분위기를 바꾸고, 파트별 단합을 위해 게임을 제안했다. 30m 거리에 빈 바구니를 두고 공을 던져 많이 넣는 팀에게 500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겠다고 했다. 외야수조-내야수조-젊은 투수조-고참 투수조 등으로 팀이 나뉘었다. 선수들 뿐 아니다.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파트까지 전 선수단이 게임에 참여했다. 재미있는 건, 결승에서 우승 유력 후보인던 투수조를 제치고 트레이너조가 예선과 결선을 거쳐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 뜻밖의 우승에 캠프 현장이 웃음 바다가 됐다.
양 감독은 최근 잭 한나한 인스터럭트가 고안한 '시츄에이셔널 히팅' 훈련을 지켜보다 다시 한 번 300달러의 상금을 꺼냈들었다. 보통 이런 상금은 구단이 마련해 감독이 수여만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번 캠프의 상금은 전액 양 감독 사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귀띔이다.
양 감독은 작은 이벤트에도 선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기꺼이 상금을 내겠다는 후문이다. 현지 LG 관계자는 "이렇게 밝고 활기찼던 캠프는 처음 본다"며 반겼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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