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시테 구다사이(사인해주세요)."
4일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 중국 슈퍼리그 옌볜푸더와의 연습경기가 펼쳐진 일본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의 후레아이스포츠센터 연습구장에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K리그 명가로 불리는 울산과 올해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채 슈퍼리그 첫 시즌을 맞이하는 옌볜의 연습경기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울산 사령탑인 윤정환 감독의 존재였다.
윤 감독은 J1(1부리그) 사간도스의 레전드다. 2006년 선수로 사간도스 유니폼을 입은 윤 감독은 유스팀 감독과 코치를 거쳐 2010년 1군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만 해도 사간도스는 J2(2부리그)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약체로 평가됐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 패배주의까지 겹쳐 있었다. 윤 감독은 '투혼주입'에 나섰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오니(귀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성과는 분명했다. 2012년 J1에 승격한 사간도스는 한 시즌 만에 강등 당할 것이라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승승장구 했다. 한때 J1 선두까지 올라서기도 하는 등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일본 축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공격수 도요다 요헤이는 일본 A대표팀의 부름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윤 감독이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다. 일본 팬들에게 윤 감독의 존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윤 감독은 사간도스를 찾은 뒤에도 종종 일본을 찾았다. 하지만 짧은 기간 탓에 팬들과 마주칠 기회가 많진 않았다. 하지만 옌볜전이 치러진 가고시마는 사간도스 연고지인 도스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안팎의 거리인 만큼 그를 그리워 했던 팬들에겐 오랜만에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연습경기장을 찾은 일본 여성 팬들은 45분씩 3쿼터로 치러진 이날 연습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는 열성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윤 감독이 걸어나오자 팬들은 "사인시테 구다사이(사인해주세요)"라며 조심스럽게 팬과 사진, 종이 등을 꺼내 들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윤 감독이 사인 뿐만 아니라 인증샷까지 찍어주자 한 여성 팬은 "얏타(해냈다)"를 연발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전히 식지 않은 '오니' 윤정환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가고시마(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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