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가드의 중요성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살림꾼'이라 불린다.
뛰어난 가드진은 강팀의 첫번째 조건이기도 하다. 박혜진 이승아 이은혜 등 국내 정상급 가드진을 보유한 우리은행이 지난 7일 KB스타즈를 꺾고 28경기만에 정규시즌 1위를 일찌감치 확정지은 원동력이기도 하다. 반면 다른 팀들은 가드진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주전 가드진의 경험이 부족하다든가 혹은 선수층이 절대적으로 얕을 수 밖에 없다. 한국 여자농구가 처한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현재 '우리은행의 전성시대'가 오기 전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신한은행은 내노라하는 가드왕국이었다. 전주원을 잇는 특급가드 최윤아에다 김규희가 성장하고 있고 윤미지라는 백업가드를 보유했기에 '레알 신한' 시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랬던 신한은행이 올 시즌 가드진이 흔들리면서 상위권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무릎 통증으로 훈련조차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최윤아가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에서, 발목 통증을 딛고 쏠쏠한 역할을 하던 김규희마저 결국 11일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뼛조각 제거과 인대접합 수술을 동시에 해야 하기에 재활에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구단측은 예상하고 있다. 당연히 시즌아웃이 됐다.
어쩔 수 없이 윤미지가 주전 가드 역할을 맡고, 1년차 신예 이민지도 스타팅 라인업에 들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단 지난 5일 KDB생명전에서 두 선수는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인천도원체육관서 열린 KEB하나은행전에서도 2경기 연속 스타팅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 신한은행 전형수 감독대행은 "최윤아에 이어 김규희마저 못 뛰는 상황에서 유일한 선택이다. 두 선수를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위 KEB하나은행은 최하위 KDB생명과는 달랐다. 앞선에서부터 강한 수비가 달라붙었고, 골밑에선 첼시 리와 모스비 등이 버티면서 두 선수의 활동반경이나 볼배급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높이 강화를 위해 선발로 나섰던 신한은행 외국인 센터 게이틀링은 골밑에서 고립되면서 1쿼터에 단 1개의 슛도 쏴보지 못했다. 결국 신한은행의 공격은 김단비와 커리의 돌파, 그리고 곽주영과 신정자의 미들슛에 철저히 의존해야 했다. 반면 KEB는 내외곽에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며 계속 리드를 이어나갔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전반을 27-30으로 비교적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골밑에서의 악착같은 수비 덕분이었다. 하지만 3쿼터부터 외곽을 활용한 KEB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KEB는 42-37로 쫓기던 3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포스트에서 빠져나온 패스 2개를 김이슬이 깨끗한 3점포 2개로 연결시키며 순식간에 점수차는 11점까지 났다.
4쿼터 커리와 김단비의 개인 돌파로 안간힘을 쓴 신한은행에 맞서 KEB는 첼시 리의 파워를 앞세운 골밑슛, 여기에 김이슬과 강이슬의 3점포를 더하며 간격을 더 넓혀나갔다. 결국 KEB하나은행은 66대53으로 승리, 4연승을 기록하며 3위 삼성생명과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첼시 리는 19득점-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김이슬이 3점포 3개 포함해 11득점-5어시스트로 뒤를 받쳤다.
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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