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 첫 게임에서 시속 153km를 던진 KIA 타이거즈 우완 한승혁(23)은 스피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투수다. 현재 KIA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갖고 있고, 1군 경기에서 꾸준히 150km를 던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수다. 주무기인 패스트볼 제구력이 문제가 될 때가 있지만, 홈런 타자를 만나도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할 때가 많다. 지난해 주로 중간계투로 나섰는데, 올해는 심동섭과 함께 유력한 마무리 후보다.
한승혁은 13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2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0-10으로 뒤진 8회 등판해 깔끔한 투구를 했다. 패스트볼이 최저 146km, 최고 153km를 찍었다. 실책 5개를 기록하고, 공수에서 상대팀에 압도당한 경기에서 한승혁의 투구는 단연 돋보였다.
지난 11일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연습경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58km, 한신 타이거즈의 후지나미 신타로가 팀 자체 청백전에서 156km를 던져 화제가 됐다. 첫 실전 등판 경기에서 광속구를 뿌렸다. 한승혁은 이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2월 1일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일본 프로야구는 스프링캠프 초기부터 실전 모드다. 국내 팀보다 페이스를 빨리 가져가 2월 하순부터 시범경기를 시작한다. 오랜 기간 이어진 패턴이다. 더구나 오타니와 후지나미는 소속팀의 에이스이자,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다.
빠른 공이 눈길을 잡아끌었지만, 지난해보다 안정된 제구력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한승혁은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어 던졌다. 첫 실전 등판이었는데도, 긴장하거나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해와 많이 달랐다. 한승혁은 남은 연습경기에서 구위를 더 끌어올려, 기회가 된다면 마무리를 해보
고 싶다고 했다.
시속 150km 강속구. 투수라면 누구나 가슴에 담고 있는 꿈의 스피드다. 지난해 KIA 복귀한 윤석민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가장 좋았을 때 구속, 150km를 던지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스피드가 투수 평가의 으뜸 항목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자신감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다. 마무리 보직을 노리고 있는 한승혁이라면 더 그렇다. 지난 오프시즌과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에서 착실하게 준비를 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오버 페이스가 아니라면 말이다.
조계현 KIA 수석코치는 "투수마다 더질 수 있는 구속의 한계가 있는데, 한승혁이 첫 실전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제구력과 변화구의 움직임과 각도 등을 지켜봤다"고 했다. 스피드에 관한한 한승혁은 타고난 재질을 갖고 있다.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해야겠지만, 이 장점에 제구력과 업그레이드된 변화구가 더해진다면 완전히 달라진 한승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분좋은 출발이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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