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초 일이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린 4월12일 잠실구장. 경기 전 민병헌(29)이 취재진을 보자마자 부탁을 했다. "진짜 오늘은 나가고 싶은데 못나간다. 감독님께 '정말 괜찮다'는 말 좀 해달라"고.
당시 그는 왼 햄스트링이 좋지 않았다. 4월1일 대전 한화전에서 통증을 느꼈다. 의사 소견은 2주간 절대적 안정 필요. 김태형 두산 감독도 "핵심 선수다.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며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대타로는 가능하다. 수비가 문제다. 자칫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민병헌은 몸이 근질근질한 듯 했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 좌절되자 "미치도록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잠실 라이벌 LG. 80% 정도 몸 상태에도 승부욕을 불태웠다. "욕을 먹어도 그라운드 안에서 먹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민병헌의 얘기를 들은 김태형 감독의 한 마디. "경기 중에 내 눈 좀 쳐다보지 말라고 해줘요. 그래도 내보낼 일은 없으니깐."
'독종' 민병헌의 스타일은 올해도 변함없다. 늦은 밤, 캠프 숙소 안에서 방망이를 돌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주위에서 말렸다. 야간 훈련이 끝나고도 갑자기 생각나면 방망이부터 잡는 게 일이었다. 몇 년전 일본 신혼여행 중에도 틈만 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니 이미 지인들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민병헌은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하다. 올해 잘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호주 시드니 캠프에서 "나를 더 낮추고 긴장하고 있다. 모든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올해 김현수 공백을 다 같이 메워야 한다. 일단 내가 내 몫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며 모든 남자가 했던 다짐, 제대했을 때 마음을 반복해서 떠올린다고 했다.
민병헌은 2013시즌부터 두산 외야 한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2012년 위병소를 나서면서 새웠던 목표, '주전'은 예상보다 빨리 완성됐다. 남다른 노력과 연구의 산물. 그런 그가 군복을 벗었을 때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안주 없이 "더 많이 안타치고, 베이스러닝도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시즌 붙박이 3번 타자가 유력한 악바리 민병헌. 김태형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높은 기대와 함께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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