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주토피아'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이윤기 / 주연 전도연 공유 / 배급 쇼박스 / 개봉 2016년 2월 25일
'여자 정혜'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윤기 감독은 2008년 전도연과 '멋진 하루'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당시 전도연 하정우라는 톱스타를 캐스팅했음에도 불구, 관객수는 40만명을 채우지 못했다. 장르적인 완성도는 높았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8년만에 대중에 선을 보인 작품이 바로 '남과 여'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멜로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홍(공유)과 상민(전도연)의 이끌림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래, 이 부분은 핀란드의 자연이 아름다워서라고 치자. 이 부분을 '패스'한다고 쳐도 이들의 만남에 딱히 새로움이 없다는 사실은 나태함마저 느껴진다.
이야기는 시종 일관 느리다. 정통 멜로라기 보다는 느린 멜로라고 부르는게 낫겠다. 아름다운 화면에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이나 캐릭터 설정이나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요즘 같이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시대에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위함이라고 쳐도 새로움이 전혀 없는 오리지널리티는 구시대 유물일 뿐이다. 게다가 기홍과 상민의 뜻밖의 러브라인 이후 갈팡질팡하는 인물의 묘사는 캐릭터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극중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가 배려심 많은 핀란드의 여자 택시기사일 정도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연기는 변함이 없다. 연기 참 잘 한다. 그런데 '섬씽뉴', 색다른 감흥은 없다. 예상했던 딱 그만큼, 전도연의 연기다. 모성애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유부녀가 그리 깊이 와닿지 않는 것은 기자의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 공유는 '용의자'를 통해 액션스타로 거듭난 후 바로 '밀정'이나 '부산행'으로 이어졌으면 좋을 뻔했다.
'남과 여' 속 기홍은 성공한 건축가다. 상민은 디자이너샵 대표다. 배경은 핀란드와 서울을 오간다. 감독은 그저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 뿐일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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