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금 맞아야 합니다."
두산 베어스와 오릭스 버팔로스의 연습경기가 한 창인 21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 포수 뒤 관중석에 자리잡은 두산 관계자가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선발 장원준에 이어 3회부터 등판한 그는 선두 타자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도루, 폭투가 이어지며 무사 3루. 후속 타자 내야 땅볼 때 1실점했다. 공식기록은 1이닝 2피안타 1실점. 이 관계자는 "우리도 영상, 불펜 피칭 하는 것만 봤지 실전 투구는 처음 본다"며 "주무기 포크볼의 각이 좋다. 직구는 145㎞ 정도인데 여기서 3~4㎞는 빨라질 것이다. 지금 많이 맞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번에는 오키나와에서 KIA 타이거즈 새 외인 헥터 노에시가 첫 실전을 소화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 삭스 5선발 출신으로 몸값이 20억원 넘는 거물. 그는 1회 패스트볼만 뿌렸다. 2회가 되자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섞어 던졌다. 기록은 2이닝 3피안타 2실점. 김기태 감독은 그러나 실점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퀵모션이 빨랐다. 여유가 있었다. 앞으로 투구수를 늘려가면서 시범경기 개막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각 구단 코칭스태프나 전력분석팀은 주축 투수들의 캠프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투구수를 늘려갈 동안 느긋하게 기다린다. 왜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페이스. 통상 베테랑들은 "너무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좋았던 감이 정작 정규시즌 때 뚝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대호(시애틀)도 소프트뱅크 시절 실전에서 거푸 삼진을 당해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너무 잘 치면 더 안 좋다. 아시잖아요"라고 웃을 뿐이었다. 외국인 선수라고 다를 게 없다. 스피드, 컨디션 등은 모두 시범경기, 정규시즌에 맞춰야 한다. 캠프는 쇼케이스장이 아닌, 말 그대로 전지훈련지다.
두 번째, 맞아봐야 스스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깨닫는 것도 있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훈련하는 구단의 경우 맞대결이 줄줄이 잡혀있다. 시즌에 앞서 치르는 또 다른 리그다. 이 때 외국인 선수들은 KBO심판들의 성향을 파악한다. 국내 타자들의 커트 능력도 시험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봤다가 정신이 바짝 드는 계기가 되는 건 구단이 은근히 바라는 일. 사실 야구는 시즌 때만 잘하면 된다.
각 구단이 선수의 문제점, 습관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다. KBO리그도 메이저리그, 일본 야구 못지 않은 정보 싸움이 치열하다. 전력분석 팀 능력에 한 해 농사 성패가 달려있다. 그런데 타구단에서 이미 우리 선수의 투구 습관을 알아챘는데, 정작 소속 팀에서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캠프에서부터 투구 영상을 녹화한다. 곧장 세밀한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만약 새 외국인 투수가 연속 안타를 맞았다면, 변화구가 잇따라 장타로 연결된다면, 과연 특별한 습관이 있는지 미리 파악하게 된다.
미야자키(일본)=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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