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학구열'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경주마도 유학을 떠나는 시대다. 한국마사회는 27일 9두의 경주마를 미국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니피', '엑톤파크', '록하드텐' 등 국내서 활동 중인 특급 씨수말의 자마들로 한국 경마 시장을 대표하는 최고의 혈맥들이다.
이들이 머나먼 미국 땅을 밟는 이유는 '능력향상'을 위해서다. 선진 훈련 기술 체득 및 국제 경쟁력 향상을 통해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마주들이 경주마 구매와 해외유학비용을 담당하고 마사회가 혈통 분석 및 현지 업무를 분담하는 식이다. 때문에 선발 절차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국내 유명 씨수말 자마 1200두를 대상으로 혈통 및 체형 검사로 1차 후보를 선발하고, DNA 검사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대상마 중에는 지난해 리딩사이어 1, 2위를 기록한 씨수말 '메니피'와 '엑톤파크'의 자마들이 3마리씩 원정마로 뽑혔다.
경주마 유학 붐은 '서울불릿'의 성공 탓이다. 지난 2013년 당시 당시 2세마였던 '서울불릿'은 미국원정마로 선정돼 현지에서 기승순치 및 체력훈련 등을 받고 귀국했다. 이후 지난해 5월 GC트로피 특별경주를 포함해 6전 6승, 100%의 완벽한 승률을 기록 중이다. 또 해외 원정을 위해 해외에서 훈련을 받은 '필소굿'과 '위너포스', '파워풀코리아' 등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며 대박을 터트린 것도 경주마 해외유학 붐을 조성한 출발점이다.
마주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유학파 경주마들이 보여준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렛츠런파크부산경남에서 활약 중인 정영식 마주(56)는 최근 미국 훈련센터 시설 및 프로그램을 살펴본 뒤 "경주마 1세 시절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 시기처럼 경기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간이다. 1세마를 위한 최적의 훈련 프로그램과 넓은 초지 등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국내 훈련비용에 비해 10배 정도 높지만 애마의 기량이 좋아지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유학 배경을 밝혔다.
9두의 유학마들은 화물기편으로 미국 뉴욕에 도착한 뒤 오칼라주의 닉디메릭 경주마 트레이닝센터에서 1년 간 훈련받게 된다. 기승순치부터 스피드 위주의 미국 현지 훈련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이른바 최강 국산마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훈련성과에 따라 해외 경주 출전도 가능하며, 국내로 복귀해서는 삼관경주 등 대상경주에 도전하게 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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