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프로야구 윈터미팅에서 합의점을 찾았던 메리트(승리수당) 폐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7일 KBO는 단장회의에서 구단들의 의지를 재확인, 시즌 개막 이전에 메리트 지급 폐지를 규약에 넣기로 했다. 규정을 어기면 해당 구단의 신인 2차 지명 1라운드 지명권 박탈 및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전적인 불이익 뿐만 아니라 구단 전력구성의 핵심인 주요신인 지명권까지 걸었다. 뚜렷한 실행 의지가 엿보인다.
메리트 폐지가 KBO리그 투명경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프로야구는 30여년 동안 지속성장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높아진 인기와 거대해진 시장이다. 프로야구는 게임과 캐릭터 등 관련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적 팽창이 온전한 내적 강화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구단 경영은 자립 미숙이다.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으로 구단운영을 하고 있다. 구단 수익이 늘고 있지만 최근 FA와 외국인선수, 기존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익 증가가 지출 증가 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비밀단체식의 자금흐름은 합리적인 시장논리를 가로막고 있다. FA 이면계약, 외국인선수 옵션 계약(다년계약 포함), 일부 고참 국내선수의 다년 계약, 연봉외 옵션 계약이 판치고 있다. 소문이 꼬리를 물다보니 더 부풀려 지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누구는 실제로는 얼마를 받는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팽배해졌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와 구단 경영의 합리화 걸림돌이다.
이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던 것은 메리트였다. 승리수당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미봉책은 십수년 세월을 거치면서 당연시됐다. 선수들은 연봉외에 가욋돈으로 용돈을 대신했다. 구단도 매년 이를 정식 예산에 반영했다. 문제는 갈수록 커지는 단위였다. 경기당 억대가 넘는 돈이 걸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연간 수십억원의 메리트는 구단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기전 양팀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 우리팀은 얼마를 걸었다"라는 식으로 말을 섞기에 이르렀고, 지난해 롯데는 선수단 차원에서 메리트 지급방식을 바꿔달라고 요청, 구단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메리트 금지는 지난해말 메리트 큰손으로 통하던 A구단이 먼저 폐지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던 구단들도 삼삼오오 참여 의사를 밝혔고, 규약 성문화 초읽기다.
향후 실천의지가 중요하고, 암암리에 또다시 불법이 고개를 들 여지도 있지만 이만큼만 해도 큰 전진이다. 숨기다 보면 부패 정도를 모를 때가 많다. 상처가 곪다 터지면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메리트 폐지는 수년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절대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견이 많았다. 한 구단만 파기하면 다시 제자리로 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폐지에 합의했지만 한 구단이 슬금슬금 뒷돈을 지급했고, 전구단으로 재차 확대된 바 있다. 규약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강한 KBO리그를 향한 의미있는 한걸음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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