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이겼다. 인류가 이겼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감격의 첫 승리를 거뒀다. 수천, 수만가지 경우의 수를 다 검토하고 바둑을 둔다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비금도 섬소년' 이세돌이 인간의 기개를 보여줬다. 동양 역사 4000년의 신비를 간지한 바둑을 인공지능이 아직은 완전하게 정복하지 못했음을 '인간 대표' 이 9단이 불꽃같은 투혼으로 입증했다.
13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더 이상 형세를 뒤집기 힘들다고 판단하자 사람처럼 돌을 던졌다. 3국까지 '바둑의 신(神)''이라 불릴만큼 불가사의한 괴력을 보여줬던 알파고는 이날 중반 이후 악수를 연발하며 자멸했다. 반대로, 이 9단은 일찌감치 시간을 다 소비해 1분 초읽기로 2시간여를 버티며 알파고를 압박, 투혼의 승리를 일궈냈다.
이 9단은 전날 열린 3국까지 알파고에 3연속 불계패를 당해 이미 대회 우승상금은 넘겨준 상황. '딱 1승이라도 해다오'라는 바둑팬과 '동료 인간'들의 열화같은 성원 속에 이세돌 9단은 침착하게 포석을 시작했다.
이 9단은 자신의 강점인 '선(先) 실리, 후(後) 타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먼저 자신의 집을 확보한 뒤 상대 진영에 뛰어들어 삭감을 시도하는 것. 3국까지 두어본 결과, 상대의 확정가가 늘어날수록 알파고가 당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 9단의 전략은 주효했다. 좌변에서 시작된 싸움은 우변을 거쳐 중앙으로 번졌고, 이 9단의 백 대마가 위기에 빠졌다. 이 9단은 백 대마를 살리기 위해 '특공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인간의 감각으로는 둘 수 없는 이상 행마를 우변과 좌하귀에서 연발한 것. 특히 이 9단이 중앙 대마에서 끼우는 수를 구사하자 알파고의 페이스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3국에 이르기까지 알파고가 구사했던 '이상한 수'들이 결국 좋은 수로 판명된 적이 많아 전문가들은 말을 아꼈다. 이날도 알파고가 실수를 10여 수 가까이 했음에도 형세는 여전히 미세했다. 하지만 막판 중앙 끝내기에서 초급자들도 하지 않는 실수가 나왔고, 이 9단이 이 틈을 공략해 차이를 벌렸다. 결국 알파고는 180수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공개 해설한 송태곤 9단은 "알파고가 자기 진영을 키워갔을 때 삭감갔던 수(백70)가 실수였지만 이후 알파고가 버그라고 할 정도의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수(흑87ㆍ흑97)로 이 9단이 앞서나간 후 종반 끝내기 실수를 딛고 신승했다"고 말했다. 최종 5국은 오는 15일 같은 곳에서 알린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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