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라는 이름은 김신욱(28·전북 현대) 축구인생의 1막이었다.
2009년 수비수로 입단한 김신욱을 주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1m96의 장신 수비수'라는 타이틀이 전부였다. 하지만 당시 울산 현대 사령탑이었던 김호곤 전 감독은 그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공격수로 전향한 김신욱은 김 감독의 신임 속에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울산의 간판 공격수로 성장했다. 뛰어난 제공권 장악력 뿐만 아니라 장신에도 유연한 발재간을 갖춘 그의 가치는 독보적이었다. 김신욱은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울산의 우승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올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벨기에와의 최종전에 나서 위력적인 움직임으로 '브라질의 눈물' 속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다.
"훈련장에서 (김신욱의) 눈빛을 보니까 오늘 안 내보내면 큰일 날 것 같더라." 최강희 전북 감독은 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앞두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최 감독은 김신욱을 울산 격파 선봉에 세웠다. 김신욱 역시 친정팀과의 맞대결에 주저함은 없었다. 지난해 김신욱과 호흡을 맞췄던 윤정환 울산 감독은 눈을 빛냈다. "(김신욱 대처법에 대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기 전 김신욱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중석에선 함성과 야유가 교차했다.
김신욱은 이날 울산 센터백 강민수 김치곤의 더블 마크를 받으면서 고군분투 했다. 특유의 제공권 장악력을 살리면서 팀 공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문전 앞에선 성급했다. 이날 김신욱은 4차례의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가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단조로운 포스트플레이가 이뤄지면서 활약 기회도 점점 줄어들었다.
경기 후 김신욱은 지난해까지 자신을 응원해 준 울산 서포터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격려의 박수와 팀을 떠난데 대한 분노의 야유가 또 그라운드에 뒤섞였다. 김신욱의 '친정나들이'는 0대0 무승부라는 결과 속에 잔잔하게 마무리 됐다. 최 감독은 "김신욱 정도 되는 선수라면 친정팀과의 맞대결, 라이벌전에 관계없이 일정수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며 "군사훈련 뒤 체력적인 부분이 올라오지 않아 본인이 굉장히 고생하고 노력했다. 최근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도 제 몫을 다 해줬다"고 격려했다.
김신욱은 초연했다. "못 이겨 아쉽다(웃음). 공격수는 골을 넣지 못한다면 부진한 것 아닌가." 그는 "초반에 의도한 대로 경기가 풀리고 있을 때 득점을 했어야 했다. 개막전(서울전)에서 득점했던 만큼 오늘도 골을 넣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7년 동안 뛴 친정팀이었기에 (경기장에 들어설 때) 새로운 맘이 들긴 하더라"며 "울산을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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