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연극의 귀환.'
새봄을 맞아 서양 현대극의 고전 2편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울림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사무엘 베케트 원작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예술의전당이 선보이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5일부터 5월 17일까지 홍대앞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케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지난 1969년 임영웅 연출로 국내 초연된 이후 끊임없이 공연되어왔다. 이 작품을 통해 국내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뚝심의 연출가 임영웅이 50년 가까이 농익은 부조리극의 진수를 선사한다.
무대 위엔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을 뿐 아무 것도 없다. 그 나무 아래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실없는 수작과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며'고도(Godot)'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서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가 등장하여 많은 시간을 메운다. 그리고 그 기다림에 지쳐갈 때 쯤 한 소년이 등장하여 말한다. "고도씨는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시겠다고 전하랬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는 누구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고도를 기다릴까. 이 연극이 롱런하는 비결은 이 두 질문에 답이 있다. 한명구 박상종 정나진 박윤석 등 역시 '고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오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세일즈맨의 죽음' 역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실체를 파헤친 문제작이다.
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지만 생활은 점점 비참해질뿐이다. 더욱이 두 아들은 변변한 직업 없이 냉혹한 현실에 허덕이며 그를 절망시킨다. 윌리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그는 벼랑 끝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피신하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파워넘치는 여류연출가 한태숙과 강렬한 필체로 대사에 생기를 불어넣는 고연옥 작가가 힘을 모아 분위기를 바꿨다. 아메리칸 드림, 대공황 등 당시의 상황은 이해하기 쉬운 대사로 전달되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맹목적인 집착, 비정상적인 가족관계, 현실과 이상의 간극과 같은 테마에 힘이 실렸다.
한태숙 연출은 주인공 윌리 로먼을 "대의를 위해 장엄하게 죽는 영웅적 캐릭터도 아닌, 악인이 아니면서 피해자인, 스스로를 가해하는 현실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하며 "욕망에 의해 분열하는 그가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이문수 이남희 등 최고의 배우들이 무대를 빛낸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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